[판결 돋보기] '연세대에 120억 기증' 유언장 날인 없어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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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는 5일 고(故) 김운초 한국사회개발연구원 원장의 유족들이 "전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한다는 고인의 자필 유언장은 날인이 없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위.변조의 위험이 많아 유언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고 날인해야 효력을 지니도록 규정한 만큼 날인이 없는 경우 적법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며 "원고들이 고인의 재산 123억여원을 출금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의 유언장을 근거로 "재산 상속권한은 대학 측에 있다"며 제3자로서 소송에 참가했던 연세대는 기부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김씨는 2003년 11월 도장이 찍히지 않은 자필 유언장을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남긴 채 사망했다. 유언장의 존재를 몰랐던 김씨의 친동생 등은 고인이 예치해 둔 돈을 찾으러 갔으나 은행 측이 유언장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민법(1065조)에 규정된 유언장의 방식은 ▶자필증서▶녹음▶공증을 받은 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대필) 등 5가지다. 민법(1066~1070조)은 각각의 방식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요건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자필증서의 경우 유언자 본인이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주소 및 작성 날짜도 써야 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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