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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잡아라" … IOC 총회 '스타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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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싱가포르가 들썩거린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현안을 다룰 제117차 IOC총회(6~9일) 때문이다. 2012년 여름올림픽 개최도시 결정(6일),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28개 올림픽 전체 종목을 놓고 잔류.퇴출을 결정(8일)하는 투표가 있다. 퇴출 종목의 빈자리에 들어갈 새 종목의 낙점(9일)도 예정돼 있다.

이해 당사국과 경기단체는 특급 비상 상태다. 투표권자인 IOC위원들을 사로잡기 위한 로비전에 국가원수에서 스포츠 스타까지 총출동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사수를 위한 한국의 사절단도 분투 중이다. '스포츠파워=국력'임을 실감케 하는 현장이다.

◆ 올림픽 쟁탈 '5국지'=현재 경쟁 구도는 '2강(파리.런던)+3중(뉴욕.마드리드.모스크바)'. 선두인 파리를 런던이 바짝 뒤쫓고, 그 뒤를 뉴욕.마드리드.모스크바 순으로 추격하는 판세다. IOC 내부에선 "6표 이내 근소한 차로 개최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그런 상황인지라 해당국들은 전쟁을 치르듯 막판 표몰이에 몰두해 있다. 후보 도시 시장들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팀을 지휘하며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뛰어온 터다. 거기에 런던에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부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와 함께 싱가포르에 날아왔다. 앤 공주와 잉글랜드의 1966년 월드컵 우승 주역 보비 찰턴경도 함께 와 IOC 위원들과 접촉 중이다. 프랑스에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떴다. 그는 개막 전날인 5일 황급히 도착해 '파리 개최 당위론'을 폈다.

점입가경으로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도 이날 뉴욕 유치전에 가세했다. 미국에 망명한 왕년의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 육상스타 재키 조이너 커시,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수영 2관왕인 호주의 이언 소프도 동반했다. 스페인에서는 소피아 왕비가 싱가포르 땅을 밟았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도 옛 영향력을 총동원한다. 러시아는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알렉세이 네모프 등 스타 선수들이 뛰고 있다.

◆ 영국-프랑스 대 충돌=특히 유럽의 맞수인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으르렁댄다. 런던 유치위원회 쪽에서 프랑스의 주경기장을 혹평하는 발언을 하면서 갈등이 노골화됐다. "프랑스 스타디움은 축구장이지 육상장으로 짓지 않았다. 관중의 시야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게 런던 쪽 주장. 이에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경쟁 도시 비판을 금지한 IOC 규정을 꺼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해야 승리할 자격도 있다. 런던은 아직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진 적도 없다"고 받아쳤다. 프랑스는 1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수년 전부터 올림픽 유치 총력전을 벌여 왔다.

◆ 태권도 사수, 노대통령 친서=야구.근대 5종.소프트볼 등이 퇴출 위기 종목으로 꼽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종목에 태권도도 끼어 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대표단은 2일 일찌감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길 KOC 위원장과 장주호.장명희 고문, 김상우 총무, 안민석 상임위원 등이 이탈리아.그리스.프랑스.영국.호주 등 10여 개국 IOC 위원들을 만나 태권도 지지를 요청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등 WTF 대표단도 대만을 거쳐 4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와중에 김정길 위원장은 4일 저녁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따로 만나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했다. "로게 위원장이 추진해 온 IOC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 한국 스포츠 발전과 태권도 지원에도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 로게 위원장은 "태권도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종목 퇴출 여부는 8일 오후 7시쯤(한국시간) 판가름난다. 퇴출 종목이 생기면 다음날 신규 종목을 투표로 결정한다. 일본의 가라테가 진입을 노리며 태권도를 집요하게 흔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싱가포르=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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