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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석모도에 인조잔디 축구장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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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딸의 이름을 붙인 석모도의 ‘김혜연 스포츠파크 축구장’ 앞에 선 김중배씨. 아래 사진은 딸 혜연씨(右)와 함께한 김씨. 석모도=정영재 기자

강화도 외포항을 떠난 배는 10분도 안 돼 선착장에 도착했다. 낙조가 아름다운 섬 석모도. 섬 서쪽 보문사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아담한 축구장을 만날 수 있다. 뒤로는 해발 285m의 해명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내려다보면 서해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85m×65m의 그라운드에는 부드러운 호주산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주위는 울창한 숲이다. 정식 축구장 규격보다는 조금 작지만 경기를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 아름다운 축구장을 만든 사람은 1960년대 초반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지냈던 김중배(68)씨다. 한국OB축구회 인천지회장인 그는 5년 전 노후를 준비하려고 해명산 일대 땅 7000평을 샀다. 충남 해미에 폐교를 인수해 어린이 축구교실을 꾸미려던 계획이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자 그는 "내 땅에다 아예 축구장을 짓겠다"며 2년 전 일을 저질러 버렸다. 산을 깎아 경기장을 만들고 통나무집 일곱 채와 식당 등을 지었다. 10억여원이 들어갔다. 공사비의 대부분은 큰딸인 인기 트로트가수 혜연씨가 댔고, 이름도 '김혜연 스포츠파크 축구장'(www.sportsdays.co.kr)이라고 지었다.

혜연씨는 "10년 넘게 제 매니저 역할을 해 주신 아버지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펜션 같은 돈 되는 걸 지으려 했는데, 아버지께서 워낙 축구를 좋아하셔서 방향이 바뀌었죠"라고 말했다. 육상 중거리 선수 출신인 혜연씨는 틈날 때마다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는다.

지난해 7월 잔디를 깐 이 축구장은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소년과 여자축구팀 훈련 장소로, 기업체의 사원 단합대회 장소로 더 없이 좋다는 것이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데서 축구를 즐기고,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근처 개펄로 나가 조개를 잡으며 놀기도 한다. 축구장 하루 사용료는 30만원으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인조잔디 주말 두 시간 기준 100만원)와 비교하면 매우 싸다.

"(이 정도 받아서는) 투자비 회수는커녕 인건비.관리비 대기도 어렵죠. 그렇지만 애당초 돈 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사람들이 즐겁게 공을 차는 모습만 봐도 흐뭇합니다."

김 회장은 요즘 라커룸.샤워장.조경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 가을 개장식을 할 예정이라는 김 회장은 "앞으로 정식 규격의 축구장을 하나 더 지어 유소년 축구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석모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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