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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 상반기 공개활동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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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부 핵심인사에서 당.내각 테크노크라트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 수행 인물에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본사 통일문화연구소가 노동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심층분석한 결과 군부 핵심인사의 수행이 크게 줄고, 그 자리를 당료와 내각총리(박봉주)가 메웠다.

반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내용은 예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군 관련 활동이 절반을 넘었고, 문화활동에 얼굴을 자주 내밀었다.

◆ 군 활동.문화행사에 무게=김 위원장은 새해 벽두 기업소 현지지도로 공개활동을 시작했다. 그것도 연속 세 차례였다. 평북 용천군 북중기계연합기업소(1월 13일)와 신의주 9월제철종합기업소(14일), 낙원기계연합기업소(15일) 시찰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이 1994년 집권 이래 집중적인 경제시찰로 공개활동을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 주목을 끌었다. 특히 북한이 올해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내세워 김 위원장 활동이 경제 쪽에 집중되고 활동 횟수도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반기 공개활동은 42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차례 줄었다. 2002년에 비해선 23회나 감소했다. 공개활동 내용도 군 우선이라는 94년 집권 이래 양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올 상반기 전체 공개활동 가운데 53%(22회)를 군부대 시찰 및 군 관련 행사에 할애했다. 군부대 방문이 5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한반도 배치 보도 이후 집중된 점은 눈길을 끈다.

반면 공연 관람 등 문화활동은 상대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에 김 위원장은 중국.러시아 악단 공연 등을 9차례나 관람해 긴박한 핵문제 와중에도 문화활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관람이 끝난 뒤 단장 및 공연 관계자들을 접견하기도 했다.

외교 관련 공개활동은 6회로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 발생 이래 급격히 줄어든 양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13일부터 올 2월 21일까지 5개월 동안 외교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기간 중 핵무기 보유 선언(2월 10일) 구상을 했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경제분야 활동은 1월 초 3개 기업소 시찰에 이은 원산청년발전소 건설 현장 방문으로 그쳤다. 이는 경제문제에 대해 박봉주 내각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예년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광복 60주년, 노동당 창건 60주년 등 굵직한 국내 행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 김기남이 가장 많이 수행=올 상반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수행 인물은 19명. 이 가운데 당료는 김기남.최태복 비서를 비롯해 11명이, 군부인사는 김영춘 총참모장을 비롯한 7명이 수행했다. 특히 6.15 남북 공동행사 북측 정부대표 단장을 맡았던 김기남 비서가 12차례로 가장 많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노동신문 책임주필을 지낸 김기남은 선전선동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반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단골 수행원이었던 인민군 대장들인 현철해.박재경.이명수의 수행 횟수는 각각 11회, 10회, 10회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들 3명은 2001~2004년 연평균 43회 수행 횟수를 기록했다.

박봉주 총리의 공개활동 수행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5차례 김 위원장을 수행한 그는 상반기에만 7차례 김 위원장의 공연관람 등을 수행했다. 또 그동안 활동이 거의 공개되지 않은 황병서.이재일 당 제1부부장이 최근 김 위원장을 자주 수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올 상반기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1~2004년 및 2005년 상반기 김정일 위원장 공개활동 및 수행원 분석 내용은 본사 통일문화연구소가 발행하는 'North Korea Close-up'에 상세히 실려 있다.

통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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