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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가전' 하이얼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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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일 밤 11시 40분. 케이블 방송인 우리 홈쇼핑에서 중국 하이얼사의 룸 에어컨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주문이 몰렸다. 4평형 룸 에어컨 값이 29만9000원, 6평형이 38만8000원에 나왔다. 삼성전자의 같은 평형대 제품보다 최고 20% 싼 수준이다. 방송 50분 간 700대가 넘게 팔렸다. 우리 홈쇼핑 이길수 팀장은 "방송 당일 날씨가 별로 덥지도 않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와 놀랐다"며 "조만간 하이얼 제품을 추가로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얼의 룸 에어컨은 지난달 23일 우리 홈쇼핑의 첫 방송 때도 418대가 팔렸다.

중국 최대 백색가전업체인 하이얼 (海爾.Haier)이 국내 시장 공략에 팔을 걷었다. 하반기에는 TV와 4~5개의 정보기술(IT)제품군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9월부터 시판에 들어갈 DVD 내장형 완전평면 TV(21인치) 제품은 최근 안전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상륙한 하이얼은 그동안 에어컨, 와인 냉장고, 미니 세탁기, 미니 냉장고 등 4가지 제품 판매에 주력했었다. 유통망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하이얼은 롯데마트.까르푸.홈플러스.테크노마트.용산전자상가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고, 이마트 등에도 진출을 추진중이다.

하이얼 코리아의 강정수 과장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고급 제품에 치중하다 보면 가격이 낮은 가전 시장은 무주공산이 될 것이고, 하이얼은 바로 이런 틈새 시장을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얼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은데다, 애프터 서비스 체제도 취약한 편이다. 하이얼은 전국 50여 개의 용역 서비스 센터에 의뢰해 3일 내 출장 수리를 약속하고 있지만, 국내 대형 가전업체에 비해 서비스 질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하이얼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또 최근 국내 가전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도 맥을 못 출 만큼 국내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 하이얼이 국내시장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낮은 가격만을 내세우는 하이얼이 얼마나 국내 가전 시장을 잠식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하이얼코리아는 매출액이나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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