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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에서 적으로 만날 이미선-김단비 "맞대결하면…"

중앙일보

입력

사진=WKBL 제공

  2014~15 여자프로농구가 다음달 1일 KB스타즈-KDB생명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 시즌에는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주역들이 소속팀에서 화끈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표팀의 맏언니 이미선(35·삼성)과 막내 김단비(24·신한은행). 대표팀 룸메이트였던 이들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뒤, 진하게 포옹하며 남다른 정을 과시했다. 이들을 지난 28일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만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둘이서 꼭 껴안던데.

김단비(이하 김): 대표팀에서 1년 넘게 언니하고 룸메이트로 지냈어요. 딱 끝나는 순간에 언니 생각이 막 나서 저도 모르게 언니를 껴안았어요.

이미선(이하 이): 저는 그때 많이 울었어요.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고, '인천 아시안게임이 대표팀 마지막 대회'라고 몇 년 전부터 얘기해와서 금메달이 간절했어요. 단비가 안아줘서 참 고마웠죠.

-서로를 평가한다면.

이: 단비는 신체조건이나 탄력이 정말 좋아요. 나이도 어린데 잘 하니까 흐뭇하죠. 제가 오히려 걱정이죠. 나이도 먹고, 힘도 없어지고…(웃음).

김: 언니는 대신 노련미가 더 쌓이잖아요. 경기할 때 보면 정말 어떤 생각으로 농구를 하는지, 감탄할 정도예요. 언니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어요(웃음).

-이 선수의 남편(최진영 삼성생명 사무국장)도 농구인인데.

김: 방에서 언니가 국장님하고 전화할 때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저는 반대쪽에서 조용히 있고…(웃음). 한번씩 국장님하고 통화하기도 했어요.

이: 신랑이 저보고 늘 웃고 있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코트에서 제가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은가봐요.

김: 으, 닭살!

이: 그래도 단비는 아직 젊잖아. 인기도 많은데 뭘….

김: 다들 용기있게 다가오세요(웃음). 이상형은…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캐릭터마다 바뀌어서요. 아직까진 김우빈이예요.

-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이: 사실 세대교체가 한번에 되기는 쉽지 않아요. 그만큼 힘든 시간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세대교체를 안할 순 없잖아요.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고 경험을 쌓다보면 제가 대표팀에 있을 때마다 현재 20대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예요.

김: 저는 미선 언니같은 실력 좋은 언니들하고 같이 뛴 이번 아시안게임 자체가 너무 영광스러웠어요. 한편으로는 이제 저희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컸어요. 언니들만큼 잘 할 지 몰라도 언니들과 함께 뛰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좀 더 시간을 갖고 저희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얼마 안 돼서 새 시즌을 맞는데.

이: 아시안게임 끝나고 한 시즌을 다 치른 느낌이었어요. 다시 몸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시즌이 시작됐네요. 제가 빠져 있는 동안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했더라고요. 기대돼요."

김: 아시안게임 끝나니까 마음이 들떴어요. 시즌 초반에 힘들 거 같은데 잘 이겨내야죠.

-이 선수는 프로만 18년째인데.

이: 2005~06 시즌에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서 힘들었죠. 다시 코트에 섰을 때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지금은 코트보다 체력훈련장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요. 일단 올 시즌 뛰고 나면 한 시즌을 더 뛸 지, 그만 뛸 지 생각해 볼 거예요.

김: 언니는 몸관리를 정말 잘 해요. 날씨가 추우면 항상 목에다 수건을 둘러매세요. 정말 세심하게 준비하시더라고요.
이: 나이 들고 몸이 약해서 그런거야. 회복 속도도 옛날같지 않고… 젊은 게 부럽네.

-정규리그에서 7차례 맞대결을 하는데.

김: 새 감독님(정인교)도 오셨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삼성은 미선 언니가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서워요. 제가 벤치에 있을 때 미선 언니가 잠시 나가면 코트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서 들썩이죠(웃음).

이: 신한은행에 국가대표 선수가 많아요. 단비도 있고, (하)은주, (최)윤아도 있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뛴 선수들이 많아서 시즌 초반에 공략해야죠. 단비야, 시작은 언니가 좀 치고 나갈게(웃음). 우리가 1~3라운드 먼저 다 이기고….

김: 그럼 우리가 4~6라운드 다 잡고, 3승3패 해서 7라운드에서도 (한참 고민하다) 우리가 이길게요(웃음).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이미선은…
생년월일: 1979년 2월 9일
포지션: 가드
키: 1m74cm
주요 수상: 2013~14 시즌 베스트5·어시스트상·스틸상
프로 통산 1012스틸(1위), 2024어시스트(3위)
연봉: 2억7000만원(2014~15 시즌 최고 연봉)

김단비는…
생년월일: 1990년 2월 27일
포지션: 포워드
키: 1m80cm
주요 수상: 2010~11, 2011~12 시즌 베스트5
연봉: 2억원(팀 연봉 1위·지난 시즌엔 여자농구 첫 연봉 3억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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