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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면 죽는다 … 단순화·스피드만이 살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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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JTBC가 후원한 ‘2014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이 3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염동훈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대표, 한병구 DHL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이승일 한국피자헛 대표. [신인섭 기자]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통의 강자와 약자의 경계는 사라진지 오래다. 106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시장의 거인이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 하지만 전기차란 새 시장에선 테슬라에 한참 뒤지고 있다. 테슬라는 이제 갓 12년 된 꼬마 회사다. 연간 3만대 밖에 만들지 못하는 작은 회사지만 태슬라의 기업가치는 GM의 절반에 육박한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는 몰락을 거듭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다. MS는 최근 ‘노키아’란 이름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한경쟁만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시장을,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바로 ‘복잡화’다. 적과 아군의 경계가 사라진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는 비책을 서울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30일 열린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을 통해 들어봤다.

 이행희(한국코닝 대표) KCMC 회장은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할 정도로 ‘복잡화’가 기업의 도전 과제가 됐다”며 “이번 포럼이 기업들이 복잡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마틴 부르더뮐러 바스프 부회장과 김신배 SK그룹 고문은 위기 타파의 비결로 ‘단순화(simplification)’와 ‘협력(collaboration)을 꼽았다. 다음은 이날 포럼의 주요 내용.

 ◆마틴 부르더뮐러 바스프 부회장=세계 시장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건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십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불확실성을 뚫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신뢰의 리더십을 쌓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필요한 것이 ‘단순화’다. 바스프는 복잡한 보고체계를 없앴다. 연구개발(R&D) 조직도 개방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있다면 어떠한 조직이라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김신배 SK 고문=승자독식의 세계가 되면서 경영자들은 잠을 못 이룰 정도가 됐다. 잠시 주저하면 죽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추락, 애플과 구글, 알리바바의 도약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아마존은 창업 20년 만에 시총 136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지 않았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다. 경제위기가 이를 가속화할 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에겐 거대한 기회의 땅이 열릴 것이다. 생존의 전략은 속도(speed)다. 남보다 더 빨리 해야 한다. 도전하지 않고 멈춰 서 있는 건 오히려 실패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애플은 새로운 답을 이미 찾았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통해 소유자 실명 인증과 지문인식만으로 대금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단순화’를 통해 이미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한병구 DHL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고객이 원하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전화를 해서 물건을 어디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는 단순하지만 우리의 일은 복잡하다. 이튿날 물건을 전달해야 할 나라에 홍수나 전쟁이 날 수도 있고 홍콩처럼 대규모 시위가 일수도 있다. 복잡한 연결 속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단순하게 맞추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염동훈 아마존 웹서비스(AWS)코리아 대표=아마존은 20년의 역사를 가진 어린 회사다. 아직도 스스로 ‘스타트업’이라 생각할 정도다.아마존은 스타트업의 정신인 ‘린 이노베이션’을 교육하고 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면 가설을 세우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든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제공해 반응을 본다.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존과는 정반대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대표=불확실성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은 협업에서도 나온다. 올해로 103년을 맞은 IBM은 전성기를 구가하다 부도위기까지 내몰렸고, 다시 회생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힘은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항상 깨어 있었던 데서 나왔다.

글=김현예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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