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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진 한·미 정책금리 … 증시 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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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 3.25%로 인상돼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수준이 같아지면서 증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는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데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리 격차가 더 커지고 원화가치가 다시 하락 추세를 보이면 대규모 자본 유출을 불러 지수 1000고지 안착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당장 자금유출은 없을 듯=대부분 증시전문가들이 외국 자본의 유출은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본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실제 자본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움직이는 실세 금리"라며 "현재로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금이 유출되려면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현재 금리 차로는 그 비용을 커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여러 연구에 따르면 금리 차이로 자본 유출이 실제 일어나려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1.3%포인트 높아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국가 간의 금리차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은 주로 채권투자 자금인데 현재 외국인 자본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것도 주된 이유다.

◆ 금리차 커지면 충격=앞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4%선에 머물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시장은 미국 금리가 올라갈수록 금리인상의 끝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 다음에는 금리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금리는 더 이상 내리기는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양국간의 금리차는 약간 더 벌어진 뒤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전제가 흔들리면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부동산 거품과 과잉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연방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국내 금리가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미 금리가 4%선을 넘어서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도 변수다.만약 유가 강세가 지속돼 물가가 오르는 등 인플레 압력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보다 큰 폭으로 빠르게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실제 3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는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많은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며 주식시장에 타격을 줬다. 이는 '연방은행이 인플레 위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한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원화가치 하락) 자본유출을 재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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