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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짠돌이 체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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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하반기에 경영 환경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하고 있습니다. '초비상 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 극복 노력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조직 내 불편함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비상 경영을 통해 체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3일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7월 CEO의 메시지' 내용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의 비상 경영을 일시적인 긴축경영 정도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 자신을 담금질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체질이 강해지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본격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출장 경비를 줄이거나 전기 요금을 절약하는 등 전 분야에 걸친 원가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이 외환위기 때 시행했던 '비상경영 및 절약 운동' 프로그램을 책상 서랍에서 꺼내 다시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모든 경비를 1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단거리 해외출장시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하거나 화상 회의로 출장을 대신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e메일 사용량을 줄이자는 'e메일 다이어트' 캠페인을 시작했다. e메일 서버 관리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아자동차는 간부들에게 지급하는 유류비를 30% 줄이기로 했다. 또 1회용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이용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도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표어를 내걸고 원자재.에너지.사무용품 등 전 분야에 걸친 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전면적인 비상경영에 나서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급락, 유가 급등, 내수부진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며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이 올해 들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조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 실적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LG전자도 2분기 휴대전화 출하량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집계돼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내수와 수출 물량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해 고유가에 따른 판매 감소를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신차를 출시해 올해 초 수립한 경영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달러화 자산을 축소해 환율 변화에 대처하면서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수주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박혜민 기자

*** 허리띠 조이는 대기업들

▶LG전자-임원 해외출장 때 항공편은 이코노미클래스. 해외출장 대신 화상회의로 대체하기

▶삼성SDI - e메일 서버 관리비용 줄이기 위해 직원들 대상으로 'e메일 다이어트' 캠페인

▶기아자동차 - 간부들에게 지급하는 유류비 30% 감축. 1회용 종이컵 대신 머그잔 사용 권고

▶현대자동차 - 내수와 수출 물량 재배분해 고유가에 따른 판매 감축 대응키로

▶삼성전자 - 각종 전기제품 사용 줄이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

▶대우조선해양 - 원자재.에너지.사무용품 등 전 분야 절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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