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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日 후지코시 정신근로대 피해자에 8000만~1억원 배상 책임"

중앙일보

입력

일제강점기 군수기업이었던 후지코시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 홍동기)는 30일 피해자 김계순(85)씨와 가족 등 총 30명이 낸 소송에서 "후지코시는 피해정도에 따라 1인당 위자료 8000만~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지코시는 일본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정책에 편승해 12~18세에 어린 여학생들을 속여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을 강제했다"며 "이는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피해자의 육제적·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10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됐다는 후지코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는 시간의 경과로 증가가는 법률관계의 불명확성에 대처하기 위해 인정되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판결과 후속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판결 직후 피해자 김정주(83)씨는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 공습이 무서워 하루도 신발을 벗고 잠든 적이 없었다. 70년간 후지코시에 원망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 오늘 판결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2014년이 넘어가지 않게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1944~45년 군수기업이었던 후지코지사 도야마 공장에서 하루 10~12시간 강제 노역을 했으며 제대로 된 식사와 임금을 제공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에서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2012년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결정이 나오면서 다시 소송을 냈다. 앞서 광주지법은 양금덕(83)씨 등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이 낸 소송에서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5000만원, 유족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미쓰비시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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