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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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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송영오 신부

▶ 김인숙 원장

▶ 송길원 목사

"한국사회의 변천사를 보면 위기 때마다 가톨릭.불교.개신교가 미친 영향은 큽니다. 이제 우리 세 종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 문제야말로 '재앙'으로 간주합니다. 종교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종교 문화의 차원에서 대응하려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 교육관. 가톨릭.불교.개신교의 연합기구인 '저출산고령화대책 시민연대' 발족 직후 송영오(천주교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신부, 김인숙(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장)씨, 송길원(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가정사역위원장) 목사가 좌담을 했다. 이들은 저출산고령화문제는 생명윤리의 재발견과 함께 경제우선주의 논리에 대한 총체적 반성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영오 신부=아시다시피 한국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피른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고령화의 경우 프랑스와 미국이 각각 156년과 8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불과 26년 만에 고령화 사회의 사이클에 진입했습니다. 출산율도 2003년 현재 1.19명으로 떨어져 세계 최저를 기록 중이지요.

김인숙 원장=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핵심은 생명경시 풍조라고 봅니다. 높아진 이혼율, 혼인연령의 지연과 출산 기피, 무분별한 낙태 등이 바로 오늘의 기형적 사회구조를 낳은 것이죠. 저는 그동안 불교계가 낙태 여성들에게 심리적 공황상태를 위로해주는 정도의 사회활동에 그친 것을 반성합니다.

송길원 목사=우리도 반성을 합니다. 내가 알기에 한 해에 낙태로 '지워지는' 아이들이 200만명에 육박합니다. 반면 출산아는 50만명을 밑돌거든요. 이른바 가족계획을 위한 구호에 휩쓸리면서 교회의 외적 성장에 치중해온 데 대한 반성 위에서 시민연대가 출범합니다.

송 신부=가족계획의 살벌한 구호를 한번 살펴볼까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70년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90년대). 천년대계로 세워야 할 인구정책이 경제논리 아래 한 명도 낳지말자는 쪽을 유도한 것이고, 오늘의 재앙을 낳은 것이죠.

송 목사=개신교는 자녀를 축복의 상징으로 봅니다. 성경의 시편 127편에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즉 가정이란 하나님이 세운 최초의 기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모형이기도 하구요.

김 원장=불교에서도 가정은 새로운 불성의 탄생처로 중요시됩니다. 부처님도 부모 자녀간의 윤리, 부부 간의 윤리를 '선생경'에서 줄기차게 설법하셨거든요.

송 목사=저출산 문제 접근에서 목회자의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전국의 5만여 교회와 10만여 목회자들이 자성의 기도부터 올리면서 생명교육의 교재발간등과 정책대안들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보통 주 중에는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교회를 리모델링을 해서라도 지역사회 영유아들의 놀이공간.교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하구요.

송 신부=가톨릭은 일부 성당에서 셋째 아이의 경우 성당이 맡아 키우는 방법을 현재 실천 중입니다. 그게 '생명의 장학금 운동'인데, 자녀 한두 명을 가진 가정에서 세 자녀를 가진 가정의 육아비 일부를 분담하는 겁니다. 앞으로 시민연대의 대책은 이렇게 구체성을 가져야 성공합니다.

김 원장=각 종교별 특성에 맞게 움직이면서, 공조를 할 대목은 별도로 해야겠지요.

송 목사, 송 신부=그렇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운동을 거대한 시민 비정부기구로 확대할 겁니다. 핵심은 출산장려운동이 생명윤리와 인간회복의 운동이라는 점이죠. 산업화의 시대에는 자신의 성공과 웰빙을 위해 자녀는 장애물로 여겼다면, 이런 인식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죠.

정리=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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