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펴낸 이충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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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만일 외국 학자가 복제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면 우리 언론이 지금처럼 무비판적으로 열광했을까요?"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이제이북스)의 저자 이충웅(36)씨는 '황우석 신드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딴죽을 건다는 인상을 줄까 우려하면서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듯, 노벨상이 코 앞에 온 듯 열광하고 생가복원까지 거론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배아 줄기세포가 어떤 난치병의 치료법과 어떻게 이어질지, 거기엔 최장 20년의 세월이 소요될 것이라든지, 성체 줄기세포 연구의 앞선 성과 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을 다루는 언론의 이런 태도는 근대화 이후 우리의 과학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일제에 의해 서양 과학을 접한 뒤 우리도 가져야 할 부러운 것으로 인식된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리적 과학 읽기'를 안내하는 그의 책은 2003년 '광우병 안 걸리는 소' 개발 뉴스가 이상하게 흐른다고 느낀데서 비롯됐다.

그는 "이른바 광우병 안 걸리는 소 개발로 우리가 세계 축산시장을 석권할 듯이 호들갑을 떤 것은 잘못"이란다. 광우병 원인이라는 프리온 단백질의 성질과 기능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생산'된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입증할 방법도 없고, 실험실 밖에서도 안 걸릴지도 실험을 해봐야 하며 과연 그런 소를 식용으로 할 수 있는지, 세계인들이 이를 먹어줄 것인지 침묵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도대체 유전자 조작 콩을 먹는 건 불안해 하면서 '광우병 안 걸리는 소'에는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냐"면서 "일본에서 개발된 '광우병 안 걸리는 소'는 식용이 아니라 치료용 단백질 생산용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문에서 그는 과학 뉴스와 이를 접하는 수용자들 태도에 관해 분석하고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한다.

"과학 기사는 사건사고 기사나 정치기사와 달리 우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장밋빛 미래만 보여줄 게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높일 논리정연한 틀을 제공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 과학사회학을 전공한 그의 말이기에 무게있게 들린다. 그는 책 뒷부분에 '숫자를 의심하라', '연구비 증액을 겨냥한 발표인지 살펴보라' 등 과학기사를 제대로 읽는 요령을 일러준다. 쓰는 이나 읽는 이가 귀담아 들을 대목으로 보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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