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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골든타임" 경제 59차례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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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의장과 ‘까치발 악수’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시정 연설을 마친 뒤 정의화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기업 모두가 하나 돼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국회를 상대로 두 가지 의미 있는 행보를 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이어 2년째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국회에서 했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13개월 만에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만남 뒤엔 예산안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 등의 합의사항을 포함해 15가지 논의 내용이 발표됐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이중주가 여의도에 울려 퍼진 날이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경제살리기’에 집중됐다. A4용지 18장 분량의 연설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경제’(59차례)였다. 연설은 “지금 여전히 우리 경제는 위기입니다”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기업 모두가 하나 돼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도 강조했다. 경제를 강조하느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언급을 뺐다고 한다. 세월호 얘기도 없었다.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원고의 90%에 걸쳐 경제를 강조하고 10% 다른 얘기를 했다면 그 10%가 강조됐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썼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작권 환수와 세월호 등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위기라고 진단한 만큼 처방을 말할 땐 비장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경제 운영의 최우선 목표가 경제활성화”라고도 했다.

 경제살리기와 함께 대통령이 강조한 건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며 “금년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을 향해 ‘감성적 화법’을 구사하며 동참해 달라고 했다. 특히 “오랜 세월 공무원은 나라의 대들보 역할을 해 왔다. 지금의 희생이 우리 후손들과 대한민국의 기반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시고 부디 조금씩 희생과 양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고 개혁에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부분은 대통령이 직접 썼다”며 “공무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담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새정치연합 비대위 회의에선 비판론이 거셌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가이드라인을 따라 당사자와 소통 없이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나아가야 할 길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무원연금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지도부 회동=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이 끝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연합 문 위원장·우 원내대표·백재현 정책위의장 등과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 시간 동안 만났다. 회동에선 세월호 관련 3법을 기존 합의대로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합의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야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 강 사업, 방위사업 부실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캐나다·호주와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 동의를 요청했고, 야당 측은 “협조는 하되 축산농가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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