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년을 보는' LG의 산 역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왼쪽부터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장남),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자용 E1 사장(차남), 구자균 LS산전 부사장(3남).

송강(松崗) 구평회 E1(옛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팔순을 맞아 화보집을 발견했다. 고서 형태로 제작된 이 화보집의 이름은 ‘창’(窓). “창은 세계와 미래를 만나게 하는 통로이자,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로서 구 명예회장이 걸어온 삶을 상징한다”고 E1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화보집에는 LG그룹의 창업멤버이자 경영자로서, 또 민간외교관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구 명예회장의 족적을 담은 180여점이 실려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 등과 함께 한 LG화학 창업시절의 사진을 비롯해 1995년 LG구본무 회장 취임식 후 퇴임하는 창업 원로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도 있다.

이 책자에는 남덕우.이홍구 전 총리와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작가 한운사 씨 등 국내외 정.재계 및 문화계 인사 14명이 구 명예회장을 평한 글도 있다. "구 회장은 200년을 보는 사람이다. 100년전 일로부터 배우고 100년후의 일을 내다본다."(김상하 회장) "곤궁한 시절, 남의 집 문간방에 얹혀 살며 아무에게도 연락않고 있었는데 구 회장 부부가 고기를 싸들고 찾아왔다."(한운사 씨)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넷째 동생으로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51년 락희화학(현 LG화학) 지배인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54년 민간기업 최초의 해외주재원이라 할 수 있는 락희화학 뉴욕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한국 최초의 치약인 '럭키치약'을 개발하는데 이바지 했다. 귀국 후에는 민간기업 사상 최초로 공채제도를 도입하고 해외합작 등으로 선진경영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67년 미국 칼텍스와의 합작을 통해 민간석유화학공업의 효시인 호남정유(현 GS칼텍스)를 설립, 한국 중화학공업 발전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84년에는 최초의 LPG전문 수입.판매사인 여수에너지(현 E1)를 설립했으며 이후 럭키금성상사, 럭키금성경제연구원의 회장 등을 지냈다. 영어실력이 뛰어나 한국인 최초로 PBEC(태평양 경제협의회) 국제회장을 맡았고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무역협회장 등 30여 개가 넘는 굵직한 직함을 지니고 민간 외교무대에서 활약했다. 94년에는 제2대 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맡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성사시키는 데 이바지 했다. 1995년 경영일선에 물러났으며, 현재 LS전선 구자열 부회장(장남), E1 구자용 사장 (차남), LS산전 구자균 부사장(3남) 등 2세들이 LS그룹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구 명예회장의 팔순 축하연에는 LG의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LS 구자홍 회장, GS 허창수 회장,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친인척과 정.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