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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또 한차례 신경전|외미진상보고서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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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미도입 스캔들의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경과위9인소위가 3일 김성부총리를 상대로 증언를 청취함으로써 3주간에 걸친 활동을 사실상 끝냈다. 소위는 8일부터 그간의 활동결과를 총결산하는 보고서작성에 들어갈, 예정인데 보고서의 내용을 놓고 여야의원간에 또 한차례 신경전이 벌어질것같다. 그동안 소위는 김주호조달청장·신병현전부총리·이한기감사원장·고건농수산부장관을 차례로 불러 쌀도입과정에서의 수뢰설의 진상규명을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있지만 야당측도 『수뢰의 증거를 발견할수 없었다』고했다. 다만 소위과정에서 행정적 미스나 경험부족으로 필요이상으로 물량을 과다 도입했고 가격도 부분적으로 고가였다는 사실이 드러난셈.
○…관심의 초점인 수뢰혐의에 대해서는 야권까지도 정부의 결백을 인정하는 방향이지만 야당측은 딱부러지게 「사실무근」이라고 인정하는데는 다소 주저.
민정당측은 보고서내용에 『쌀도입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다』는 문귀를 넣자는 입장이다.
민한당은 국정조사권도 발동하지못한 상태에서 『정부는 정말 깨끗했다』는 식의 표현에 합의해줄수 있느냐의 문제로 고심하는 상태.
홍사덕의원(민한)은 소위활동을 통해 『뇌물수수와 관련된 증거를 발견할수없었다』는 정도의 표현까지는 좋지만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나 민정당 주장처럼 「뇌물수수설은 사실무근」이란 표현까지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이형배의원(민한)도 증인들에 대한 선서요구나 조사활동을 못한 소위가 그렇게까지 앞지른 표현을 쓸수 있겠느냐는 입장.
실제 야권의원들은 9차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측 실명만으로는 의문점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백40만t의 도입물량책정경위와 펌사에 대한 4만t의 연기수락및 아그로프롬사에 대한 10만t의 재계약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않는 부분이라는것.
그러나 야권의 김종하의원까지 적어도 정부의 부정혐의는 벗어진 것같다고 했고, 조순형의원도 당시의 상황이 뇌물을 받고 일을 처리할 분위기는 안되는것 같다고 무혐의쪽에 동조.
○…「결백」 표현문제외에도 보고서작성에서는 책임자의 인책문제와 금년중 들여오게 돼있는 37만t의 도입중지문제등을 놓고 여야간에 이견.
야권은 인책과 도입중지를 보고서에 명기하고 쌀도입방법과 구매절차개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요구하고있는 반면 여당측은 정치적·형사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 정도는 인정할수 있다는 눈치.
「도입중지」 요구에 대해서도 민정당측은 명기하는것은 피하고 김부총리·고건농수산장관이 밝힌것처럼 「제3국에의 재수출검토」정도로 넘어갔으면하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에 관해 여야간에 타협이 잘안될 경우 야당주장을 「소수의견」으로 보고서에 첨가하는 방법이 채택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야당측은 보고서에 표현될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번 소위과정을 통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
우선 △주?에 관한한 값싼 외미에 의존해도 좋다는 비교우위론은 결코 성립될수 없다 △공무원의 행위는 비단 재직시뿐아니라 퇴직후에도 책임을 진다 △현행 쌀구매방법과 절차에는 문제가 있다는등 몇가지 점을 정부에 깊이 인식시켜둔것이 바로 그것.
특히 미국측에 대해서도 이번에 뭔가 인식을 고쳐주는 계기가 됐을것이라고 이들은 주장.
○…그동안 소위에 출석한 관계인사들의 증언중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김주호조달청장은 2백40만t의 도입물량 확정은 80년11월7일 농수산부로부터 전화통고를 받았다고 주장한반면 31일 농수산부 관계자는 분명히 문서로 조달청 외자국장에게 수교했다고 밝혔다.
81년1월 체결된 펌사와의 20만t 선적기한이 7월말이냐 아니면 9월말이냐의 문제를 놓고는 신병현전부총리와 조달청장의 증언내용이 달라 신전부총리가 곤욕을 치렀다. 신씨는 조달청의 선적기한 보고가 「9월말」이었다고 했고 조달청은 「7월말」이라고 밝혀 두달이라는 시차가 생긴것.
8월부터 신곡을 거두는 미국의 경우 9월말이 되면 선적되는 쌀이 80연산이 아닌 81연산도 가능하기때문에 미의원들이 신전부총리에게 10만t의 80연산 남부미재고를 구매하지 않으면 미국농민에게 피해가 간다고 압력을 가했을때 우리의 입장이 물리게 된다.
○…회의의 공개여부와 역대농수산부장관출식및 공동발표문제등이 다소 말썽이 되기는 했으나 소위는 그런대로 『진지하고 심도있는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9명의 소위위원중 9차에 걸친 회의에 결석이 한명도 없었고 물론 여야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얼굴을 붉힌 일도 거의 없었다.
정부측과 식사한끼 하지않았을 뿐더러 신상식소위위원장이 제외한 저녁마저 야권의원들이 사양할 정도였는데 『그같은 야당의원들의 태도가 전혀 섭섭지 않더라』는게 여당측의 반응.
미국곡물메이저의 안하무인격인 횡포에는 여야의원이 함께 분통을 터뜨렸고 일부 미의원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과거 어느때 볼 수 없었던 강력발언이 속출해 위원장이 속기록을 삭제하겠다고 했을 정도.
결과에대해 소위위원들간에는 『홀가분하다』『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는등 말이 오갔지만 어느의원의 말처럼 『국민을 어느 정도 납득시켰느냐가 관건』일수 밖에 없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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