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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댄 성토보다 「더 나은 대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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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부 의식화 된 과격파 대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와 문교 당국자들간에 이데올로기 교육강화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또 많은 국민들도 일부 대학생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경악을 표시하며 당국의 교육적 처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논의에 즈음해 지난달 31일 공산권문제연구소주최 공산권정세학술발표회에서 발표된 명지대 윤원구 교수의 「반공교육의 개선방안」을 요약, 소개한다.
「지금까지 실시해온 우리의 반공 교육이 과연 공산주의의 사상적 도전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기에 충분했던가. 혹은 「더 나은 대안」에 의한 이론적 역량을 배양하기보다는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는데 그치는 교육을 한 것은 아닌가.
이 같은 자문이 새삼 교육계와 문교당국에 의해 재기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간 우리의 반공교육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
6·25로부터 4·19에 이르는 10년간 우리의 반공교육은 6·25의 체험과 공산주의 사회의 실정폭로를 주 내용으로 해 학생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성토위주의 교육이었다. 이 방식은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대적 상황덕분에 그런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기성」을 불신하고 거부한 4·19와 세대교체를 표방한 5·16을 거치면서 6·25와 북한의 실정에 관한 기성세대의 피맺힌 증언과 호소는 급격히 설득력을 상실해왔다.
그럼에도 공화당 정권은 종래의 반공교육을 그대로 답습했는데 72년 7·4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남북한이 접촉과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공산주의자는 모습부터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괴물」인줄 알고 있던 전후세대 학생들은 그들이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이었다는 외견상의 사실을 목격하고 적어 당황했다.
학생들은 「공산주의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면 양심이 있을 것인즉 그들이 반공교육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짓말·속임수·살인·방화·파괴를 일삼을 수 있겠는가」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 의문은 기성세대 일반에 대한 불신·반항, 정부에 대한 불신, 극한투쟁을 미화하는 정치풍토에 편승해 반공교육에 의의와 거부반음을 야기 시켰다.
그 결과 대학생들 사이에는 반공교육 자체를 과장 또는 허위선전으로 여기는 경향이 생겼고 심지어는 반공을 정권연장의 방편으로 생각한 나머지 반공교육을 어용과목으로 단정, 백안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풍조는 「겉으로는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공산당에 대해 호감을 갖는 이른바 공산혁명에서 말하는 「호의적 중립」에 흡사한 것이어서 반공전선에 큰 적신호나 다름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의 반공교육을 과장·허위선전·정권연장의 방편·어용과목으로 보게 되면 나쁜 것은 반공이나 반공교육이요, 공산주의는 나쁘지 않다는 가설이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76년 현재 전 인구의 63%인 북한의 청소년층이 김일성에 대한 광신도로 교육받은 점을 감안할 때 실로 위험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9년 우리의 모 기관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공산주의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결과, 국민교에서 대학에 이를수록 ①공산주의에 대한 경각심은 차차 약화되고 ②긍정적 분위기는 점점 강화 됐으며 ③대학생 가운데 응답자의 69.8%가 「공산주의는 이론은 좋으나 방법이 나쁠 뿐」으로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①반공교육에 대한 대학생들의 일반적 불신 ②학생들의 불신풍조를 타파하지 못한 교수들의 무능 ③문교행정 당국의 정책빈곤 등으로 대별된다.
반공교육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또는 기성세대가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말로 하는 공산주의 비판은 학생들에게 설득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공산주의자 자신들의 말로 비판하게 해야한다.
요컨대 「이공제공」의 방법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공산주의의 이론과 주장이 그들의 현실, 실천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반드시 이중구조로 되어있다는 객관적 사실의 발견에 기초하고 있다.
예컨대 공산주의의 이론과 주장은 혁명·생산수단의 사회화·빈곤론·노농 동맹론을 전개하면서 선전과 실천을 별개의 것으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같은 문제를 놓고 선전할 때 딴소리, 실천할 때 딴소리를 하는 것이 공산당의 속성이다.
때문에 공산주의의 선전이론은 그들의 실천이론으로써 비판해야만 결정적인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들이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재독란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절대로 구속되지 않고 △직접 폭력에 입각하며 △무제한의 권력행사를 뜻한다. 그들은 이 같은 독재를 가리켜 「참된 민주주의」「최고형태의 민주주의」라고 찬미한다.
그러면 과연 프롤레타리아독재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다수자의 권력」「다수자의 지배」인가. 「레닌」당시 러시아인구의 75%는 농민이었고 노동자계급은 10%에 불과했다. 물론 혁명과정에서 농민은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제외되었고 속임만 당해왔다. 10%의 노동계급이 빠짐없이 권력에 참여해도 그것은 소수자의 독재로 귀결된다.
앞으로의 반공교육은 공산주의 이론의 이중구조 말고도 △용어혼란전술 △공산주의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사회주의의 5의 △헌법에 대한 당의 우위성 △권력독점론 △계급투쟁 도구로서의 공산주의 통계의 본질 △노동가치설의 반 변증법적 도립 등 이제까지 충분히 비판되지 못한 문제들을 알게 하고 한걸음 나아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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