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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부양보다 기업할 분위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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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침체국면이 길어지고 안팎의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에 목소리가 실리고 있다.

현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높아 탄력적인 운용 여지가 있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이어 한은 총재도 북핵과 사스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경기하강에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말이 안된다. 경기부양에는 그러나 시점선택이 중요하고 자칫 섣부른 부양은 경제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경제운용에 큰 애로는 심각한 경제여건에 반해 동원가능한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며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금리인하만 해도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여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면 적극 강구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중에는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자금의 부동화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금리가 높아 투자나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 결코 아닌 것이다.

더구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에 저축률마저 감소한다면 소기의 성과는 못거둔 채 부작용만 확대할 우려가 높다.

추경편성은 새로운 수요창출이란 측면에서 제한적 효과는 있으나 재정투자확대도 사회간접자본에만 집중될 경우 부동산투기만 부추겨 거품을 키울 요소가 없지 않다. 경기부양이 구색갖추기에 치우치면 성과는 없이 거품만 일고 경제체질은 약해진다.

정부의 경기침체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정책의지 표명이 시장에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현 경제불안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공기업민영화가 오락가락하고, 노사문제가 불안하고, 기업을 보는 시선이 왜곡돼 있는 현실에서 투자에 선뜻 나설 기업은 드물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꾸준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해가는 일이다.

경기회복책은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우선 노력을 집중한 뒤 부차적.보완적으로 강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