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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추들 약진 또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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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소형주들의 약진이 전례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가총액 6000억원 미만의 중형주 및 1000억원 미만의 소형주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래 줄곧 대형주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1년여 이상 중소형주가 흔들림없는 강세를 보이는 것은 1990년대초 국내 증시가 대외에 개방된 이후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형주 약진-중소형주 소외'라는 국내 증시의 뿌리깊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올라 뒤늦게 사들여 봐야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경고의 소리도 있다.

◆ 중소형주들 제값 찾나= 중소형 바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었다. '차이나 쇼크'가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 대형주 지수의 상승률은 5.3%에 그쳤다. 반면 중형주는 이를 두배 웃도는 13.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형주 역시 7.1% 올랐다.

이같은 중소형주의 강세 기조는 지난해 4분기는 물론 올해 상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체 증시 거래대금에서 중소형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7%에 그쳤던 소형주의 거래대금 점유율은 올 1분기엔 11.7%, 2분기엔 14.1%로 늘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등을 통해 넘쳐나는 증시의 유동성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번져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수가 1000선을 오가면서 이미 값이 많이 오른 대형 종목에 접근하기가 부담스러워진 반면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겨냥한 기관투자가들의 공략은 어느때보다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대열의 기업들은 업력이 오래돼 배당을 안정적으로 주고, 보유 부동산도 많다.

중소형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재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대형주는 3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반면 중소형주는 7000억원 가량 순매수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이미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해 과점적 보유 수준까지 지분율을 높혀놓은 상태"라며 "최근 중소형주은 적지 않게 올랐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중소형주에 대한 추가 매수와 상승 여력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관심가는 중소형주=올들어 특히 가파르게 오른 중소형주들은 대부분 제약주.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테마 종목들이다. 동원증권 스몰캡(중소형주)담당 박정근부장은 "단순히 실적 향상 등에 힘입어 주가가 오른 중소형주의 상승률은 두배 정도에 그친 반면 제약과 엔터테인먼트 종목들은 올들어 5~10배 가량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실적 개선이 뚜렷한 일반 중소형주의 상승 여력이 테마주보다 더 클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 중 70% 가량은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돌 정도로 여전히 저평가 돼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소형주 중 실적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 건설.철강 종목에 주목하고 있다. 동원증권 박부장은 "중소형 종목 중 특히 부동산이 많은 자산주나 무형의 지적 재산권을 갖고 있는 음원 종목, 그리고 우량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지주회사 종목 등이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학균 연구위원은 "중소형 종목에 대해 몇년 이상 장기 보유 전략을 갖는 것은 아직 무리"라며 "다만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올 연말까지는 중소형주 공략이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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