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집중점검-4대 가격 변수] 3. 주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000과 500'. 올 상반기를 마감한 30일 주식시장은 때마침 의미 있는 두 가지 숫자를 되찾았다.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잠시 주춤하던 증시가 기력을 되찾아 종합주가지수 1000선과 코스닥지수 500선을 나란히 회복한 것. 증시 전문가들의 하반기 증시 전망 역시 최근 가뿐해진 주가 행보만큼 쾌청한 편이다.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네 자릿수에 안착하고 연말께 1100~1200선까지 약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도 올 상반기 긴 조정과 재도약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층 탄탄해진 국내 증시의 체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연중 최고점을 찍은 이후 증시는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 ▶중국의 위안화 절상 우려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수 900선을 굳건히 지켜내고 1000선을 되찾는 뚝심을 보였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저금리 기조가 정착하고 펀드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증시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1980년대 미국 상황과 유사하다"며 "지수 1000선은 이제 국내 증시의 새로운 '바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동성에 힘입은 활황=하반기 증시를 낙관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은 꾸준한 자금 유입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로만 매달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계속 흘러들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직접투자에서 장기 간접투자로 돌아서면서 달라진 자금 흐름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추세라면 7조원을 넘어선 적립식 펀드 투자 금액이 연말께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유동성은 올 상반기에도 증시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버팀목이 돼 줬다. 증시 전문가들도 주식형 펀드 자금에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계획한 투자 금액까지 합하면 연말까지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증시로 신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정부가 시중에 많이 풀린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장기 적립식 세금우대 증권저축을 도입할 경우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우량주는 갈수록 귀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종목의 유통 주식수는 자사주 매입과 외국인 지분 확대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부진했던 기업들의 실적도 3분기 이후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개선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게 증시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 내수 회복이 관건=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증시는 경기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수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심지어 일각에선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고유가 역시 큰 복병이다. 유가가 또다시 급등하면 주춤한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 유동성에 의존해 버텨온 증시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몇몇 테마 종목에만 비정상적으로 쏠려 있는 거래 행태가 시장을 왜곡시켜 되레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주가 전망 결과는=본지는 2월 1일자 4대 가격변수 점검 시리즈를 통해 올해는 증시 유동성 증가, 기업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지수 1000을 넘는 대세 상승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큰 흐름은 일치했다. 다만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환율 악재로 인한 기업의 실적 부진 등으로 상반기 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란 예측은 하지 못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