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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호전되자 "사스 아닌가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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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환자인가, 아니면 단순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인가.'

국내에서 처음 사스 추정환자로 분류된 K씨의 병세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씨를 사스 추정환자로 발표했던 보건 당국이 하루 만에 세균성 폐렴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균성 폐렴일 가능성이 큰데도 왜 서둘러 추정환자로 발표했는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폐렴 원인은?=지난달 29일 보건당국은 K씨가 중국에서 왔고 고열과 호흡기 증상에다 폐렴 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추정환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30일 상황이 달라졌다. K씨의 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다. 체온은 36.5도로 정상인과 다름없다. 기침도 거의 하지 않고 호흡곤란 증세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스 환자 판정 기준(위험지역 여행, 고열과 호흡기증상, 폐렴증세) 중 고열과 호흡기 증상은 확실히 없다. 위험지역을 여행했다는 첫째 조건만 충족하고 있다.

문제는 셋째 조건인 폐렴 증세다. 보건 당국은 29일 발표 당시 K씨가 폐렴에 걸렸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열린 사스 자문위원회에서 세균성 폐렴 가능성이 제기됐고 일부 위원은 "사스 환자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당국은 논란 끝에 "사스 판정기준에는 부합하나 세균성 폐렴과의 감별(鑑別)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폐렴 증세가 하루 사이에 호전되면서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스 자문위원인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는 "바이러스성 폐렴일 경우 항생제를 쓴다고 하루 만에 환자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

병세가 급격히 좋아진 점을 보면 사스 환자가 아니라 세균성 폐렴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추정했다. 대한감염학회 신완식 회장(가톨릭대 의대 교수)도 "항생제로 상태가 좋아졌다면 세균성 폐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원 권준욱 과장은 "K씨의 증세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나 폐렴의 원인이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어느 쪽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왜 서둘러 발표했나=김문식 보건원장은 "29일 K씨가 중국에서 왔고 호흡기 증상에다 폐렴 증세까지 보여 WHO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추정환자로 분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원인이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폐렴 증세가 분명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본도 2주일 전에 4명의 추정환자를 WHO에 보고했다가 세균성 폐렴으로 드러나면서 추정환자에서 이들을 제외했다.

보건 당국은 그동안 사스 환자 은폐.축소의혹에 시달려 왔다. 일부 자문위원들은 정부의 소극적 자세를 비판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이틀 더 K씨의 상태를 보고 최종 판정을 해도 늦지 않은데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정철근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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