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꼬리치레도롱뇽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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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공사에 반대했던 지율 스님의 단식과 '도롱뇽 소송'의 계기가 된 경남 양산시 천성산(해발 922.2m) 습지의 꼬리치레도롱뇽. 1급수 맑은 계곡 물에서만 산다는 청정 환경의 지표종이다.

하지만 29일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습지센터가 지난해 1년 동안 천성산 화엄늪을 계절별로 정밀 조사했지만 이곳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을 발견하지 못했다. 2002년 2월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화엄늪은 천성산 정상에서 1㎞, 경부고속철도 터널과는 수평거리로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2008년 정밀조사에서는 꼬리치레도롱뇽의 유생(幼生) 한 마리를 관찰했지만 5년 만에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그마저도 확인하지 못했다.

강수량이 유난히 적었던 지난해 여름 고층습원인 천성산 화엄늪(해발 798m)의 지하수위가 평소보다 낮았고 이것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면적 0.124㎢인 화엄늪의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가뭄 탓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2008년 정밀조사 때보다 93종이 더 많은 모두 410종의 동식물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꼬리치레도롱뇽이 아닌 보통 도롱뇽의 경우 성체(成體)는 관찰하지 못했지만 알과 유생, 난괴(卵塊·알덩어리)가 빈번하게 관찰됐다. 유독 논란이 됐던 꼬리치레도롱뇽만 관찰이 안 된 셈이다.

이와 관련 국립습지센터 임정철 전문위원은 "꼬리치레도롱뇽이나 도롱뇽 성체를 보려면 밤에 관찰해야 하는데 고산습지에서 야간 관찰작업은 쉽지 않다"며 "꼬리치레도롱뇽의 산란장소가 확인된 것은 국내에서 강원도 삼척 환선동굴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남쪽지역에는 꼬리치레도롱뇽을 관찰하기 어렵지만 강원도 산간 계곡에서는 관찰하는 게 어렵지 않아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게 임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에 천성산에서 관찰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국립습지센터는 이번 조사 보고서를 통해 천성산 화엄늪은 전형적인 산지형습지로 눈·비 등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수를 수원(水源)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엄늪의 계절별 수위변동은 강우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가득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른다는 얘기다. 또 비가 많이 내리면 화엄늪 하류를 통해 흘러나가며 지하수 형태로 땅속으로 스며드는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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