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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거목"제치고 71억에 행운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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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신증권의 대주주였던 서울신탁은행관계자들도 『입찰하루전인 29일 동원이 입찰서류를 신청함으로써 비로소 동원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동원산업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의 한관계자도 『신문을 보고서야 동원이 입찰에 참가한것을 알았으며, 사전에 자금지원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금동원에 숨은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동원은 현사장 김재철씨(47)가 69년도에 창립한 원양어업및 수산물 수출회사.
69년 자본금 5천만원으로 출발한 이회사는 새 어로방법도입과 치밀한 경영으로 착실히 돈을모은 실속있는 회사로 전해졌다.
창립 10여년만에 자본금이 70억원으로 늘었으며 작년도 매출액은 3백억원, 2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주 어획어종은 참치로 27척(약2만t)의 배가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을 누비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참치선망어법」을 도입, 1천5백t의 모선에 헬리콥터를 싣고 항해, 헬리콥터가 어군을 탐지, 무선으로 모선에 연락하는 새어법을 쓰고있다.
이를테면 어업기술에 있어 혁신을 일으켰고 이것이 급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김재철사장은 급성장의 비결에 대해 『원양업계에 전념했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한다.
그러나 그는『항상 창의력을 발휘하고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열로는 카메라와 카메라의 교환렌즈를 생산, 전량 수출하는 오리온광학이 있다.
오리온 광학은 자본금 5억원, 작년도 수출실적 4백만달러로 상당한 기술수준에 이른회사.
또 방산업체인 제일엔터프라이즈와 동원냉장(수산물유통업)이 있다.
김씨는 전남강진이 고향으로 고학으로 부산수산대를 졸업한후 곧바로 배를 탔다. 원양어선선장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원양업계의 개척자로 국내보다는 일본등 외국에 더 잘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김씨의 요청이라면 보증없이 배를 빌려줄 정도라고.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의 어느중역은 『80∼81년 원 양업계가그렇게 어려웠으나 지금까지한번도 크건 작건 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않은 건실한회사』라고 말한다.
64년 고려원양창립당시 이회사의 수산담당이사(당시부장)로 활약한 바있다.
김씨는 문학에도 취미가 있어 원양어선선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남태평양에서 온 편지』라는 기행문이 국민학교교과서에 실려있다.
김씨는 배를 타지않고 원양업계 경영진을 맡으면서 고대경영대학원·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고 작년에는 미하버드대 최고경영자코스를 다녀오기도한 학구파.
치밀하고 자상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은 잘모르지만 미래유망업종으로 알고 있으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방침』 이라고.
한신입찰에는 김씨외에 이인혁씨(인성수산대표)등 4명이 공동으로 참가했다.
김씨의 지분은 24억원.
고학으로 어렵게 공부한 김씨는 뜻있는 후배들을 위해 동원장학회(기금5억원)를 설립, 연간 약1백50명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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