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밀 호위무사' 서대하, 공개석상에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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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왼쪽)이 28일 납치 일본인 문제 재조사를 위해 방북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국장을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납북 일본인 문제 재조사를 둘러싼 일본과 북한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돌입했다. 27일 북한에 입국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일 정부 대표단 12명은 28일 오전 평양특별조사위의 전용 청사에서 북한 측 대표단 8명과 공식 협의에 착수했다.

출석 여부가 주목을 끌었던 북한의 서대하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군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을 겸하고 있는 그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 정부는 그동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직보할 수 있는 이가 나와야만 책임 있는 협의가 가능하다”며 서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해 왔다. 서대하는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 보위부를 기반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최측근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호위무사’로 불린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선 일본의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협의가 시작되자마자 이하라 국장은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해 7월 조사를 시작, 이미 4개월이 지났다”며 톤을 높였다. 지난 5월 말 재조사에 합의한 뒤 일본은 7월 3일 독자적으로 취해온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고 “(북한이) 늦은 여름에서 초가을 에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0월이 다 지나가는 현시점까지 북한은 “조사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자 일본 내에선 “아베 정권이 북한에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벼랑에 몰린 일 대표단으로선 이번 방북 기간 중 무슨 일이 있어도 담판을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본 측은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치 피해자(요코타 메구미 등 공인 납북자 12명)의 안부 재조사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측은 그러나 ‘행방불명자(일본이 ‘납치 의혹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470~883명)’ 등 비교적 부담이 작은 분과위원회 조사를 우선하면서 일본의 반응을 떠보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조사 결과는 다 나와 있음에도 일 정부를 애타게 만든 뒤 만경봉호 입항금지 해제, 대북 물자지원 등 ‘선물’을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란 분석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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