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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규모 요리대결서 꼴찌 … ‘맛의 전북’ 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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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맛의 고장 전북’은 빈말에 불과했다. 각 지역의 음식 고수들이 나와 펼친 요리 대결에서 전북은 꼴찌 성적표를 받아 자존심을 구겼다. 전문가들은 “한식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스타 셰프를 길러낼 전문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북 음식 솜씨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프로그램은 올리브TV의 ‘한식대첩’. 지난해 처음 시작했으며 올해 2회 대회를 진행 중이다. 한식대첩에는 전북을 비롯해 서울·경기 등 10개 지역 팀이 나온다. 두 명으로 구성된 각 팀의 출전자들은 지자체나 음식 관련 단체에서 추천한 각 지역의 대표 요리사들이다. 이들은 향토 음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대결을 매주 한 번씩 총 10회전을 치른다. 1회전은 탈락자가 없지만 2회전부터는 심사를 통해 한 팀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2013년 9~11월 열렸던 ‘한식대첩 시즌1’에서 전북은 출전팀 중 맨 처음 탈락하는 치욕을 맛봤다. 2회전인 ‘매운 맛 음식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전북팀은 군산 박대를 이용한 조림과 해물 굴 돌솥밥을 출품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매운 맛이 아니라 통증에 가까운 맛”이라고 혹평했다. 당시 전북 대표 두 명은 전국요리품평회 우승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영 중인 ‘한식대첩 시즌2’에서도 전북의 실력은 최하위권으로 확인됐다. 전북 대표는 1회전 ‘잔치 음식’ 만들기에서 ‘애저찜·인삼냉채 요리’로 10위, 3회전에서는 ‘육회 비빔밥’으로 9위에 그쳤다. 지난 23일 열린 6회전에서는 결국 꼴찌로 쳐지며 탈락했다. 이날 ‘보양음식’ 만들기에서 ‘자라찜과 대수리 회무침’을 내놨지만 “자라는 껍질 손질이 잘못되고, 다슬기는 흙냄새가 심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요리 실력이 최하위권으로 쳐진 것은 음식업계가 ‘한식의 본고장’이란 옛 명성에 도취돼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전통음식을 창의적으로 계승·발전시킬 전문가나 교육기관이 없다 보니 주변 지자체에 비해 경쟁력이 날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관광객들도 전북 음식을 별로라고 평가한다. 전북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방문객을 대상으로 불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먹거리(12.7%)가 비용(14.7%)에 이어 두번째로 꼽혔다.

 인접 지자체인 전남의 경우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한식대첩 시즌1’에서 최종 우승한 데 이어 올해 시즌2에서도 2·6회전에서 잇따라 1위에 올랐다. 이후천 전북도 식품과장은 “ 스타 셰프를 길러낼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한식조리사 양성기관을 육성해 ‘맛의 고장’ 위상을 확보하고 한식산업의 세계화를 주도해나갈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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