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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박물관 순례(6)미 스미소니언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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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의 박물관사를 더듬어 보면 갸륵한 사람들의 독지로 끊임없이 점철돼 있음을 본다. 최근 우리나라 국·공립박물관에 몇몇의 대소 개인 컬렉션이 희사되어 화제가 되곤 했지만.외국의 유수한 박물관에 있어서도 그점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개중에는 컬렉터보다도 더 청순한 독지가가 있음을 본다.
1937년 전북고창에 산다는 안함평이라는 할머니가 보전의 인촌 금성수씨를 찾아와 70섬의 전답문서를 내놓았다. 사연인즉 초년에 과댁이 되어 자손도 없이 평생동안 떡장수를 해서 모은 전재산인데, 마지막 뜻 있는 일에 쓰고 싶으니 소원을 들어주십사는 청이었다. 인촌은 당황해 극구 사양했지만 무학의 촌부일망정 그 뜻하는 바가 깊고 간절해서 수락하고 여러 궁리 끝에 손진태교수로 하여금 여성관계 민속품을 수집캐 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그가 지녀온 패물이며 가재집기까지 몽땅 학교로 싣고와 또 한번 놀라게 하였다. 이 안함평할머니의 희사가 오늘날의 고려대박물관의 모체가 됐다.
미국의 하버드대학에도 이와 유사한 예가 있다. 이 대학에 부설된 포그미술관은 오늘날 일반적인 대학 부설기관으로서의 규모를 넘어선 알찬 내용으로 유명하다.
서구미술품은 말할 나위 없고 인도·중국등 동양의 것까지 광범하게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발은 1895년 「월리엄·헤이즈·포그」부처의 막대한 희사기금으로 비롯되었으며,대학 당국은 그 돈을 어떤 뜻 있는 일에 쓸 것인가를 심사숙고한 끝에 1927년 포그 기념관을 개관해 갸륵한 이름을 길이 간직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대표적 국립박물관인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도 당초 엉뚱한 독지가의 희사 기금으로 시작되었다. 궁전의 전세품과「나폴레옹」의 전리품을 기반으로 한 루브르의 컬렉션이나 왕실 유물로 구성된 중국의 고궁박물원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다른 나라와 달라 미국의 짧은 역사에는 왕실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벽돌 한장씩 쌓아 올라가는 도리밖에 없다.
박물관과 동물원등 14개 기구를 통괄하는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은 맨 처음 l829년 영국의 부유한 과학자「제임즈·스미던」이 당시 50만달러를 기증함으로써 설립되었다. 「스미던」은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이탈리아에서 작고하면서 그의 전재산을 미국에 기증할것을 유언하고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명칭으로 인류의 지식을 증진하고 보급하기 위한 기구를 워싱턴에 설치할 것』을 당부하였다.
난데없이 막대한 기금을 받게된 미국정부는 의회와 더불어 그것을 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여부를 오랜기간 논의하였고 17년뒤 (l846년)에야 비로소 재단이사회와 사무국을 발족시켰다. 따라서 기금은 우선 국고에 예치해 영구히 6푼이자를 지급키로 하였다.
19세기에 있어 이 연구소의 활동은 과학연구의 성과와 탐검조사에 집중되었고 이어 항공·천문·지질학등의·발달에 기여하였다. 현재 엄청난 양을 확보한 미술품 및 인류학 자료의 수집은 1906년 이후의 일이다.
오늘날 스미소니언은 미국문화를 조명해주는 사회교육의 현장이며 지혜의 창조처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기술 박물관은 미국민의 긍지와 지식산업을 이룩해내는 산실이다. 자연사 박물관은 지구와 인류의 발달을 보이고, 항공우주관은 미국의 큰 자랑거리의 하나다.
동양미술품을 소장한 프리어, 문예부흥 이후 현대에 이르는 회화 컬렉션으로 스미소니언의 핵을 이루는 국립회화관, 미국 미술품 중심의 국립미술컬렉션. 미국의 중요인물에 관한 초상화관, 새로운 현대미술 코너인 허시혼미술관, 디자인과 공예전문의 렌위크갤러리 및 쿠퍼피트관, 그밖에 케네디센터, 동물원, 아나코스처 코뮤니티박물관 등이 있다.
그런데 여기 귀중한 보석들과 동·서양 미술품의 상당 부분이 수 많은 개인의 기증품과 스미소니언 후원회의 협조로 이루어진 것임을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종 석 (계간미술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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