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업자간에 분쟁에 입주자 피해|냉방서 자던 할머니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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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건축시공업자와 하청업자간에 공사비분쟁이 붙은 연립주택에 멋모르고 입주했던 할머니가 시공업자측이 강게퇴거를 위해 난방보일러를 철거하는 바람에 싸늘한 냉방에서 봄추위에 고통을 받다 숨졌다. 지난24일 밤11시쯤 서울신림1동 난곡마을1686 산호연립주택3동303호 안방에서 강제퇴거에 맞서 혼자 집을 지키던 신수억씨(73)의 부인 창유동씨(63)가 숨진 것을 남편 신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씨에 따르면 창씨는 지난6일 이 연립주택으로 이사했으나 이틀후인 8일 연립주택 시공업자인 S주택 개발회사 직원이 나타나 『이 집은 공사비 분쟁으로 말썽이 났으나 S개발의 소유가 분명한 것이니 나가달라』며 함께 입주했던 6가구중 4가구에서 일방적으로 연탄보일러를 철거, 수도꼭지·세면대등을 떼어가고 미처 입주못한 1가구는 아예 출입문을 용접해 버렸다는 것.
창씨부부는 장남(45) 집이 이웃마을에 있으나 집을 비울 경우 회사측이 가재도구를 밖으로 끌어낼 것 이라는 이웃주민들의 말을 듣고 장남집에도 가지못한 채 냉방에서 추위에 떨면서 재내왔다.
남편 신씨는 『평소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해온 아내가 이날 갑자기 내려간 봄추위에 냉방에서 버티다 병이 악화돼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 연립주택은 79년5월 S주택개발회사가 건축허가를 받아 B주택회사에 하청형식으로 공사를 맡겼으나 자금난으로 B주택이 공정60%쯤에서 중단, 다시 S주택이 마무리공사를 해 지난1월말 1백가가구를 분양, 3월초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문제의 7가구는 B주택이 S주택과의 공사비 정산문제로 못받아 낸 공사비를 충당하기위한 수단으로 80년9윌 신씨등에게 사전분양한 것으로 S주택측은 B주택으로부터 받을 부채가 많고 서류상으로도 회사소유라고 주장, 선의의 입주자인 이들에게 등기이전을 해주지 않고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신씨등이 『이미 2년전 1천2백만원에 분양받아 중도금 1천만원까지 치르고 적법하게 입주했다』며 퇴거에 불응하자 S주택측은 8일 인부를 동원, 신씨집등에서 연탄보일러와 수도꼭지를 떼어가고 입주를 미루고 있던 2동202호 전용주씨(35)집은 출입문을 용접해 버리기까지했다.
이에 대해 S주택측은『B회사로부터 공사를 인계받으면서 사전분양분은 B회사가 책임지기로 약정했다. 신씨등은 B회사를 상대로 분양금 반환을 청구할 문제이지 S주택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며 무단입주를 막기 위해 보일러를 뗀 것은 소유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답변했다.
주민들의 진정을 받은 경찰은 숨진 창씨가 20일 가까이 냉방생활을 한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 됐는지를 가려 업자의 처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S주택은 B주택대표 박춘동씨(36)를 상대로, 박씨는 S주택대표 홍순도씨(39)를 상대로 서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사기·배임·횡령등으로 맞고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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