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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교 약장수들, 요우커 뒤통수…600억원 받아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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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은평경찰서는 중국ㆍ대만 관광객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10~18배 이상 부풀려 판매한 5개 업체를 적발하고 업체 대표 5명과 판매원 9명을 불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5개 업체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공장에서 5만원에 구입한 상품을 최대 90만원에 판매 해 총 688억원을 받아챙겼다.

근모(44)씨와 모모(56)씨 등 업체 대표 4명은 대만 국적의 화교 2세 출신들이고 판매원 9명은 단기 취업 비자로 중국 각지에서 온 중국인들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업체들은 판매원들을 중국 남방계와 북방계 그리고 대만계로 나눠 해당 지역의 관광객을 상대하도록 했다.

해당 업체들은 요우커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총 매출의 50~60%의 리베이트을 주고 이화여대와 홍대입구 등을 찾기 전 방문토록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판매한 상품은 헛개나무·밀크시슬 등을 섞은 제품이다. 이들은 ‘간염·지방간·알콜중독환자·담낭염 환자 등 간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검증되지 않은 허위 과장 광고였다. 관광객들을 속이기 위해 커피와 콜라를 이용한 시연도 벌였다. 경찰이 수사과정에 촬영한 증거 동영상을 보면 판매원들은 해당 제품을 절구통에 빻아 믹스 커피와 콜라에 넣는다.

가루를 넣고 5분이 지나자 믹스 커피에선 거품과 함께 프림과 커피물이 분리됐고 콜라에서도 거품과 함께 검은 색소와 투명한 물이 분리됐다. 판매원들은 이 시연을 보여주며 “이 제품을 먹으면 몸 속에서 거품이 일면서 독소를 분리해 소변으로 배출해낸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헛개나무가 간에 좋은 식물이란 임상결과는 있지만 무엇과 결합해 체외로 배출하는 식은 아니다. 시연 장면은 식물체의 영양성분이 색소와 결합하는 일반적인 반응일 뿐이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들은 경찰조사에서 “화교들 사이에서 이러한 수법으로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단 소문을 듣고 업체를 차렸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중국어로 된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상품 사진과 과장된 효능을 게시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엔 제품을 사간 관광객들이 ‘3개월 먹으면 치료된다고 했는데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 단체여행 코스 중 하나라 가서 샀는데 제품 가격이 너무 비쌌다’는 등의 항의 글이 올라와있다. 김현영 은평경찰서 수사과장은 “국내 거주하는 화교와 중국인들이 관광 온 동포들을 속여온 것”이라며 “이들로 인해 한국의 대외 이미지만 실추됐다”고 말했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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