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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당 겨냥한「보-혁접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사당과 신정당의 합당은 우선 빙탄처럼 여겨졌던 보수와 혁신이 어렵사리 이질감을 중화시켰다는 뜻이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대외적 필요성에 따라 왜소하기 짝이 없었던 사회주의정당의 체구가 조금 더 커졌다는데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방후 줄곧 탄압과 분열의 굴레속에서 명멸해온 혁신계정당이 이처럼 펴놓고 보수정당을 흡수할 수 있기까지 된 것은 당사자들의 노력못지 않게 제5공화국의 정계재편 구도에 힘입은바 크다.
다당제를 지향한 제5공화국의 기본구상은 집권여당·보수야당·중도야당·사회주의정당등 네갈래로 정치권을 구성해 보자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총선결과 집권여당 (민정) 보수야당(민한) 중도야당(국민)은 「세력」으로 정착했으나 사회주의정당인 민사당은 원내의석 2명으로 군소정당 (6위)에 머물고 말았다.
민사당이 이처럼 어깨를 필수 없게 된 것은 자신의 역량부족과 국민의 의식속에 깊숙이 뿌리박은 사회주의에 대한 사시, 그밖에 설명키 어려운 안팎요인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사당의 내부적 사정이 이처럼 취약한 것과는 달리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 정당의 필요성은 날로 증대해 왔고 이것이 바로 신정사회당의 출범을 결정적으로 재촉했다.
우리 외교가 안고 있는 근본적 약점중 하나가 서구사회주의 세력과의 대화채널의 부비, 교류의 폭이 협소하다는 단순한 불편을 떠나 북한에 우리가 사회주의를 탄압한다는 선전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조차 있었다.
현재 서구는 정치세력의 절반을 사회당계가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핀란드 오스트리아 물타등 6개국은 집권중이고 서독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아이슬란드등 6개국에서는 사회당이 연정에 참여하고있는 실정.
스웨덴등 6개국에서는 과거 집권경험이 있는 제1야당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우리로서는 서구사회당 정권과의 관계증대가 중요한 당면 외교목표이고 이들과의 정당 레벨에서의 창구가 꼭 있어야할 사정이다.
이런 배경하에 민사당은 지난1년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SI)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대비동맹권과의 유대강화를 집요하게 모색했다. 그러나 원내의석 2명에 제6당으로서는 애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지난1년중 절반을 국제회의에 참석차 해외에 체류한 고정동민사당당수는 『아무리 뛰어봤자 의석 2명이란 말을 할때면 창피함을 감출수 없었다』 고 실토했다.
그러나 불과 2석을 더보태는 신정당과의 합당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형식상「제4당」이 되는데는 성공했으나 이대엽의원이 불참을 선언해 의석확보는 3석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고당수가「제4」라는데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 정당의 고충을 단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여기에 전통사당대표인 김철씨가 한국사회당의 참당을 선언해 놓고 있다.
그나마 약한 민주사회주의 진영이 단합되지 못한가운데 신정사회당이 다음선거에서 자생력을 굳힐수 있을지가 무엇보다도 관심거리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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