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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 시대] 4. 공장 규제 완화 등 알맹이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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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12년까지 12부4처2청과 176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 가면 수도권에는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으로 종사자만 행정기관 1만여 명, 공공기관 3만2000여 명 등 총 4만2000여 명에 이른다. 가족(4인 기준)이 모두 이사하면 이주자가 총 16만8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관련 산업 종사자까지 합치면 수도권을 떠나는 사람은 줄잡아 10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들의 지방 이전으로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더 이상 늘지 않고 2004년 말 수준(전국 인구의 47%)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교통혼잡, 대기오염, 환경문제 등에 따른 비용이 줄어들어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등 인근 국가 대도시권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27일 내놓은 수도권 발전대책은 알맹이가 없고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서울과 경기.인천 발전 방안은 이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수차례 발표했던 것"이라며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등 실질적인 대안은 대부분 뒤로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면 수도권 집값과 땅값이 더 오르고, 지방 분산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각이 족쇄로 작용했다. 여당이 수도권발전대책의 보완을 요구한 것도 이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정치적으로 수도권 표밭을 지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 구멍 뚫린 수도권=이전기관의 30%(52개)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본사 정원만 9100명이 넘는다. 특히 강남구를 떠나는 기관은 총 21개로 본사 정원만 5200여 명이다. 서초구는 이전기관이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은 25개다. 한국교육개발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많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기관 수가 적지만 강남.서초구, 과천 등지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충격이 미칠 전망이다.

성남시 분당 일대를 떠나는 공공기관은 6개다. 그러나 규모가 커 본사 정원만 모두 4000명에 육박한다. 한국토지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도로공사.대한주택공사 등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던 대규모 기관이 이곳에 몰려 있다.

정부 청사가 있는 과천을 비롯, 성남.안양.수원.의왕 등 경기 남부 지역을 떠나는 공공기관 53개의 본사 정원은 1만2200여 명이다. 이는 충남 연기.공주의 행정도시로 옮기는 공무원보다 많은 수다. 특히 핵심 지역의 넓은 땅을 보유한 기관도 경기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수원의 축산연구소.작물과학원은 30만 평대, 용인의 국립경찰대학.법무연수원은 20만 평대 청사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176개 기관이 보유한 청사 부지는 285만여 평으로 판교 신도시(282만 평)와 비슷한 규모다.

반면 한강 이북의 고양시-서울 강북권-남양주 일대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공공기관은 총 45개(7300여 명)여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다.

◆ 대책 효과 있을까=국방대학교.구로차량기지.영등포교도소.기무사.경찰대학교 등의 이전은 이미 발표된 것이다. 경관법 제정, 수도권 대기질 개선, 용산민족공원 조성, 인천국제공항 주변 개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시화지구 관광.레저단지 조성 등도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광명 역세권 개발이나 화성병점지구 추가 개발, 평택 국제평화도시 건설 등도 마찬가지다.

대학 이전 규제를 풀겠다지만 지방대학이 수도권으로 옮기거나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대학이 과밀억제권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현찰'이고 수도권발전대책은 '어음'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큰 효과가 있는 수도권 대책은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의 초점이 수도권 분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주택난 및 환경오염 해소 등 수도권 지역의 삶의 질 향상과 외국의 자본이나 기업 유치를 위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 초점을 맞춘 만큼 수도권 팽창이나 인구 유발을 시키는 방향으로는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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