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저항 무릅쓰고 강행 … 새정치련 "하박상박"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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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시험대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27일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는 국회 손으로 넘겨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28일 의원총회를 거친 뒤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현재의 연금구조를 바꿔야 하는 건 숙명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공무원연금은 지난한 문제지만 피해갈 수 없다. 공무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TF 팀장인 이한구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시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춰 지급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했다. [김성룡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연금 개혁안의 처리가 고차 정치방정식이라는 점이다. 2016년 4월 총선까진 18개월이나 남았다. 언뜻 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개혁’이란 비장한 표현에서 보듯 개혁안의 골자는 공무원들이 받게 될 연금을 줄이는 방향이다. 가진 걸 빼앗는 법이란 의미다. 그런 만큼 선거 시기와 무관하게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개혁의 성과에 목말라하는 청와대와 달리 선거를 치러야 할 당으로선 후유증이 무서울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패와 관계없이 2016년 총선에서 100만 공무원의 표심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솔직히 얘기하면 아주 곤혹스럽다”며 “정부가 주도하고 당이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당이 총대를 메면서 공무원 유권자들의 원망을 우리가 짊어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런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 일단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를 김무성 대표가 맡고 당 지도부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거치지만 형식적인 절차일 뿐 개혁안이 뒤바뀌거나 후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못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TF 팀장인 이한구 의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게 되면 2080년까지 2000조원이 들어가는데 그것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미리 강한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상급자의 연금을 깎아 하위 직급자에게 더 주는 ‘하후상박(下厚上薄) 식’이 아니라 상·하급자 모두 깎는 ‘하박상박(下薄上薄)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려는 개혁안은 하향 평준화”라며 “국민 노후를 빈곤 속에 방치하는 것이자 국가의 기본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연내 합의를 서두르는 새누리당과 정반대의 전략도 내세웠다. 당사자들 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연금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이해당사자와 협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을 위하고 국가 재정에 어떤 게 보탬이 되는지 심도 있게 논의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9일 정부안 청취, 31일 ‘공무원노조’와 ‘국민연금 바로세우기국민행동’ 등 이해단체의 의견 청취 등의 일정을 잡았다. 이후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적연금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당의 최종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일종의 소걸음전략이다.

 공무원들도 저항했다. 공무원노조가 주축이 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이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행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투본은 다음달 1일 여의도에서 100만 공무원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공무원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연내 처리라는 목표를 내걸고 달리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발목에 무거운 납덩이가 되고 있다.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김경희·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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