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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 대한 테러가 이슬람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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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수개월 동안 자살폭탄 테러를 위한 훈련을 받아 왔다. 언제 어디로 가라는 명령을 받을지 모른다. 폭탄을 실은 차량을 몰게 될지, 폭탄을 주렁주렁 단 조끼를 입고 직접 뛰어들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그 순간이 오기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6일자)가 인터뷰한 이라크 자살폭탄 테러범 마르완 아부 우베이다(20.가명)는 이렇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테러 단체 조직원이다.

그는 지난해 자원했지만 올 4월에야 폭탄 테러 자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르완은 "나는 언제라도 기꺼이 죽을 준비가 돼 있다. 현재 폭탄 테러 자원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후 이라크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공격은 최소 129건. 이로 인해 이라크인 1200명 이상이 숨졌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주요 언론과 직접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요약 내용.

현재 자원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작전에 투입되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곧 출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는 2003년 4월 저항 세력에 가담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에 큰 애정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후세인을 생포하고 나서 곧 떠날 줄 알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났다. 이제는 테러 단체 동료가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가깝다.

자원자들은 자살폭탄 테러에 투입되기 전 이전의 생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배운다. 대개 심리적.영적인 부분에 집중된다. 코란, 지하드의 역사, 그리고 먼저 간 순교자들에 대한 책을 읽고 깊은 명상에 잠기는 것이 주요 일과다.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작전 세부 사항이나 목표물은 투입 바로 전에야 알 수 있다. 때로는 운전자의 손을 핸들에 고정하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 겁을 먹고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나는 테러리스트다. 자유를 위한 투쟁가나 성스러운 전사 등 다른 명칭은 필요 없다. 코란에는 적에게 테러하는 것이 이슬람 교도의 임무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 훌륭한 이슬람 교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잠시 후회도 했다. 미국인들을 좀 더 이해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후의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면 과거를 돌아보면 안 된다. 오로지 천국에서 보낼 미래만 생각해야 한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떠올리면 괴롭다. 늘 죄 없는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일반인으로부터 멀리 있는 미군이나 이라크 보안군을 공격하길 바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임무를 고를 수 없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이다.

아직 알자르카위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는 위대한 이슬람 영웅이다. 내 업적에 대해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내가 상관하는 유일한 존재는 알라다. 알라는 천국에서 내게 물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수의 이교도들을 죽였느냐"고.

기선민.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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