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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사는 여성|청각장애아 특수지도 김희라 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오! 주님/내가 교실에 들어갈 때에/나에게 당신의 그 인내를 주시어 실패해도 낙심 말게 해 주소서/나에게 그들을 설득시킬 지혜를 주시어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해 주소서/그들에게 당신을 전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꼭 실천해야된다는 것을 배워 알게 해주소서.』
두 손을 깍지끼고 나직이 되뇌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오늘도 특수교사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정상아와 다른 장애자. 그들을 정상아와 똑같이 교육시키려는 교사들의 집념이 강렬한 만큼 자그마한 교실에는 장난감 토끼도, 모형시계도, 장애자들도 모두 선생님만을 뚫어지게 지켜 보고 있다.
그래서 6년 동안을 청각장애자들과 함께 생활해온 김희라교사(29)는『말보다 가슴이 먼저 통한다』고 얘기한다.
그가 지금의 청각장애자들을 위한 서울애화학교에 재직한 것은 76년 「포교성베네딕토 수녀회 재단」으로 문을 연 이래 계속 몸담아온 셈이다.
『주일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수녀님들과 맺은 인연으로 실제 교육기관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수업대상이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청각장애자이므로 특수교사가 되려면 똑같은 낱말을 5백번 이상 들려주어야 기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합니다.』
쉽게 생각하고 현장에 뛰어들려는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경험담이라는 김 교사의 지적이다.
우리 나라에 청각장애·시각장애·지체부자유아·정신박약아를 포함한 특수아동을 위한 교육기관은 전국에 61군데로, 그중 청각장애대상 교육기관은 21군데. 서울에는 애화학교외에 한국구화학교 국립성아학교 등이 있다.
특히 요즈음에는 초기 교육 붐에 따라 만2세부터 유아, 유치원, 국민교, 중·고교 등의 과정으로 교육하고있으며 김 교사가 맡고있는 반은 유치반으로 만4세부터 6세에 이르는 청각장애자들을 대상으로 하고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단계인 유치반은 2∼3년 동안 언어훈련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곳. 수업과정은 우선 소리가 주위에 있다는 언어 개념을 심어주고 「멍멍이」「빵빵」등 놀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간단한 어휘를 인식시켜주는 등 발음·언어지도, 감각훈련, 혀·턱·호흡운동 등으로 단계적인 수업을 지도한다.
청각장애아가 말을 하게되는 경우는 크게 청력이 좋아져 이해되거나 입 모양을 보고 이해하는 독화의 경우에 해당되므로 『청각장애자들에게 무엇보다 배우려는 의욕을 유발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교사는 지적한다.
수업은 대개 개인용 보청기 외에 전체적으로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집단보청기, 언어지도를 위한 FM보청기,「나리·다지」「마·바」등 입 모양은 같으나 소리의 울림 차이를 알려주는 진동보청기 등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사는『듣지 못해서 말을 못하는 청각장애아들에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칫 성격적으로 불안정해서 외토리가 되기 쉬운 점』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될수록 자주 일반아동들과 어울리게 하여 사회에 빨리 적응시키려는 노력을 부모나 어린이 모두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사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학생은 가장 가르치기가 어려웠던 지민이었다고 한다. 특수교사 초년병에게 맡겨진 이 말썽꾸러기는 언어공부에 도통흥미가 없고 다른 친구들을 방해만 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 야단을 치거나 무서운 얼굴을 하면 집에 가겠다고 짐을 챙기곤 했다는 것.
한 학기가 다 가도록「말은 안 통하더라도 마음은 통하리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관심을
쏟아주어도 고쳐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심술만 나날이 늘어 결국 김 교사는「내가 이렇게 해주려 하는데 너는 어쩌면 그리 무심하냐」고 불잡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 사건이후 지민이는 새로운 아이가 되었고 지금은 6학년이 되고서도「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쫓아온다면서『지민이 덕분에 장애아를 가르친다는 의욕과 용기가 강해졌다』고 그는 오히려 웃음을 짓는다.
똑같은 어휘를 여러 번 큰 소리로 발음하다 보니 어느 사이「목소리 큰 마이크 선생님」이 된 김 교사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외국의 체계적인 특수교육기관시찰이 꿈이다.
76년 이대 특수교육과졸, 김장수씨(29·회사원)사이에 아들하나를 둔 엄마선생님이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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