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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명분과 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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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분과 실리가 또 마찰을 하고있다. 지적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저작권법문제에서도 그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오는9월 국회상정을 목표로 한국출판문화협회가 마련하고 있는 저작권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전개된 공청회에서도 그것은 첨예화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우리가 세계적인 정보사회속에 살면서 국제적인 협약의 굴레를 전혀 무시하고 살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우리의 현실적 여건안에서도 시대사조에 상응한 법의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것은 우선 지식산업의 다양화, 다변화와 복제기술의 발전속에서 우리가 세계적 협약을 무시하고 고립적으로 존립할 수 없으며 한편으로 19세기말에 제정된 일본의 저작권법을 차용해서 1957년에 만든 현재의 우리 저작권법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에서 출판문화협회가 낸 개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두가지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그 하나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사후보호기간을 현행 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그것은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권익의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며 또 그것이 세계적 추세임에 비추어 당연하다.
비록 국내적 문제로서 그것이 출판업자의 입장에서 볼때는 「재산권보호」의 측면이 강조된 것이고 문화창달의 일반적 공헌의 면에 대한 참작이 없다하더라도 우선 세계화추세에 맞춘다는 면에선 대체로 수긍을 안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보호를 받아야할 저작물로서 무언극, 지도, 설계도, 도표, 모형 등 기타 도형도 추가한 것도 그같은 지적소유권개념의 확대로서 타당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저작물에 대한 보호조항 신설문제다.
그 신설의 취지는 물론 저작권보호 존중의 국제적 흐름에 부분적으로나마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저작권조약에 가입하지 않은채 원저자의 승락없이 번역하고 원서를 복사 출판하고 있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자성도 있고, 또 그같은 처지를 탈피하는 노력의 필요도 있고해서 마련된 조항이다.
현재 우리는 79년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에 가입했고 또 80년엔 공업소유권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파리조약에도 가입해 있기 때문에 여러나라로부터 그 다음단계로 국제저작권조약가입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가 이에 가입해서 비싼 저작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출판협회는 그런 어려움도 인식하고 또 국제적 체면도 인식한 나머지 잠정적으로 원서의 복사출판만은 규제하고 국제저작권 조약 가입은 90년대로 연기하려는 안을 내놓고 있다.
출판문화협회로서는 어떤 의미에서 고육지계를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 압력아래서 3, 4년내에 국제협약에 결국은 가입해야할 입장이라면 잠정적으로 이 정도에서 우리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현실적 판단처럼 보인다.
오늘낱 우리 복사판출판업체들은 거의 1만종의 출판물읕 내고 있으며 대학교재의 대부분, 특히 과학도서의 90%이상이 이로써 충당되고 있다.
그것은 막대한 외화소비를 줄이고 우리 학문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명분과 실리의 갈등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심각한 선택의 문제다. 국제 저작권 조약에 가입하고 있는 아시아 나라는 일본, 필리핀, 태국에 불과하며 자유중국이 연내에 「해적출판왕국」의 오명을 씻기 위한 입법조처를 취하고 있는 정도다.
이런 딜레머속에서 우리도 조만간 국가이미지문제에 순응해가는 조처를 피할 도리는 없다. 하지만 그런 추세인식 가운데서도 「현실」은 모든 판단의 기준임을 망각해선 안되겠다.
국제협약에 가입해서 체면을 살리는것이 급한 문제는 아니다. 그 가입에 앞서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체면을 지킬수 있을만큼 실제로 우리가 실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우선은 우리가 실리를 지키며 출판문화를 더욱 배양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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