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사랑과 유혹의 생물학적 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유혹의 심리학

파트릭 르무안 지음, 이세진 옮김

북폴리오, 323쪽, 1만2000원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가슴 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나간다."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에 나오는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의 독백이다. 이 책은 이런 구절에 가슴 설레던 많은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 짜릿한 사랑의 느낌은 사실 후각이 뇌신경을 유혹해 원천적인 충동을 일으킨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랑의 신비를 '종족 보존을 위한 생식활동' 차원에서 해석한다. 수많은 유혹의 몸짓은 '남성'과 '여성'이 짝을 알아보고 정복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라는 것이다.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인간은 하이힐.넥타이.성형수술 등 고통을 감내하지만 유혹은 무지개처럼 사라져 버릴 뿐이다. 그뿐인가.

유혹자는 상대가 '나의 진정한 모습을 사랑한 게 아니다'라는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인간의 오감과 호르몬의 작용에 관한 실험 보고서와도 같은 책의 내용은 다행히도 수많은 고전과 신화, 영화와 광고 속의 에피소드와 만나 재치있게 살아난다. 지은이는 허탈에 빠진 독자를 위해 "유혹이 지닌 관능성을 인간답게 사용할 때 남녀는 서로 사랑하게 되며 그 무엇도 개입할 수 없는 사랑과 존경의 길로 들어선다"며 다소 엉뚱한 위로의 말을 남긴다.

김은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