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런던타임즈기자「로버트·래시」가 4년 간 취재한 비화(6)|성소 기습

79년11월20일 새벽4시3Q분 메카의대사원 부근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도들이 몰려 있었다. 이 날은 이슬람 역으로 1400년이 시작되는 뜻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수염을 기른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공중에 총을 쏘면서 방송실로 몰려 들어갔다. 그중 한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마하디(선지자)가 나타났습니다. 우리왕국을 정화시킬 마하디를 인정하세요.』
이 방송을 신호로 2백 여명의 사나이들이 신도들 사이 곳곳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저마다 옷자락 속에서 기관단총을 꺼냈다. 이들은 맨 먼저 사원의 바깥대문을 잠가버렸다. 전세계회교도가 숭배하는 지고의 성소가 삽시간에「납치」돼 버린 것이다.「할리드」왕은 이날 아침7시전에 이 소식 때문에 잠을 깼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폭도들은 사격을 가했다.
메카성소의 점령은 이 성스러운 장소의 수호자라는 역할에서 정권의 합법성을 찾아온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즉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모든 통신망이 단결됐다.
세계에서 완전히 단절되었기 때문에 메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밖에서는 전혀 몰랐다.
회교도들에 있어서는 같은 회교도가 그런 신성모독행위를 범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 성소의 구내에서는 생명의 살상이 엄하게 금지돼있어서 짐승을 죽이거나 심지어 나무를 뽑는 것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소를 모독하는 자는 천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코란에도 쓰여있다.
이런 엄격한 금기 때문에 군이 출동했을 때 총을 난사하면서 구내로 쳐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맨 먼저 종교지도자들을 불러『성소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군이 구내에서 총을 쏘고 경우에 따라 살상까지 하는 것을 율법은 허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허용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성소 탈환작전이 시작됐다. 이 전투는 쌍방에 다같이 성전이었다. 정부군이 쓰려질 때마다 반도들은『신의 명령이다』라고 소리쳤다. 정부군은 그들대로 신의 성소를 수호하다 죽으면 그만큼 천국에 가는 길이 보장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모한 공격을 하는 군인이 많았다.
반도중의 하나가 쓰러지면 살아남은 반도가 쓰러진 동료의 얼굴에 총을 난사했다. 동료의 신원을 숨기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런 식으로 총격전을 하다보니 대 사원을 탈환했을 때는 2백 명이 사망하고 그 배가되는 사람들이 부상했다.
80년1월9일 아침 이 반란의 주모자 63명은 시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끌려나가 차례로 참수형에 처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정부는 반도들을 광신자로 처음부터 몰아 붙었지만 이들이 대부분 신학도 이고 방위군 출신도 포함 돼 있었다는 배경은 그런 주장에 무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가 홍보한대로 이들은 성소를 점거한 다음날 확성기를 통해 전한 항의 내용 중에는 축구니 비디오니 직업여성 등의 등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순수한 종교적 전통을 오염시킨다는 구절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이는 반도들이 열거한 사소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 중 보다 핵심적인 부분은 왕자들이 술을 마시고 외국의 관능적 휴양지를 자주 드나들며 대기업에 관여하고 외국인 이교도들을 무더기로 불러들여 왕국의 전통을 오손 시킨다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특히 메카의 시장인「파와즈」왕자를 지침해서 그가 도박과 위스키를 너무 즐긴다고 공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은 겉으로는 이 사건을 광신도의 반란이라고 과소평가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들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예컨대 그들이 지침해서 비난한 메카시장은 수주일 후에 물러났다. 특히 주목 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사장 처음으로 의회 비슷한 자문회의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이 이 사건 수습직 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과격한 징후는 지방 분권을 실시하고 지방행정부를 개혁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중 일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겠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너무 느리게 현대화한다고 느끼던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하나의 경종을 울렸지만 동시에 이 사건은 개혁으로의 중요한 자극이 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