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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한국 외교의 새 지평, 믹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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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호 30면

역사상 지금처럼 인류의 운명이 긴밀히 연결된 적은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에볼라 바이러스, 기후변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빈곤 등과 같은 범지구적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전체의 협력이 요구된다. “역사의 추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말한 바와 같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다자주의 강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새로운 다자주의의 핵심인 효율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제정치학자인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봄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정학적 요소를 중심으로 하던 기존의 외교안보협력이 보다 확장된 파트너십의 협력체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반드시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가 아니더라도 뜻을 같이한다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한국과 호주·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 등 5개국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외교는 새롭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지를 일찍부터 고민해왔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온 5개 중견국, 이른바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를 한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배경이다.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명명된 믹타는 세계 10위권의 유사한 경제력을 갖추고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 간의 협의체다.

이제 갓 출범 1년을 넘긴 믹타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초기의 의구심과 호기심을 넘어 기대감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믹타는 회원국이 각각 쌓아온 네트워크와 경험을 연계하여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통점과 다양성이 조합을 이룬 5개국의 하나된 목소리는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열린 제3차 믹타 외교장관회의는 한국이 올 들어 의장국을 맡은 이래 처음 개최된 회의로, 믹타 발전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 우선 협의체제와 운영방식을 체계화하기로 합의했다. 5개국 외교장관들은 유엔 총회, G20 등 주요 국제회의를 계기로 매년 최소한 세 차례 모이기로 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잘 보여준다. 당장 다음달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믹타 외교장관들이 만나 국제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믹타의 기여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한국에서 믹타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둘째,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믹타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한 점이다. 믹타는 이미 북한의 핵위협,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추, 에볼라 위협에 관해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믹타 회원국들의 관심 사안이기도 하지만 핵 비확산 체제 강화, 국제 민항기 안전 제고 및 국제보건 증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공동보조를 취한 것이다. 믹타가 발전해 나감에 따라 보다 민감한 지역문제에 대해서도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믹타의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창출키로 한 점이다. 믹타는 개도국 개발 지원, 국제 보건, 재난위험 경감 및 인도 지원과 같은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독특한 기여 방안을 적극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가 상호 연계되고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욱 중시되는 전환기적 상황 속에서 믹타는, 한국이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해 나가는 데 유용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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