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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국제표준 서둘러야 세계시장 선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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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생명공학 분야도 국제 표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2010년께 생명공학을 이용한 신약이나 이종장기 등의 제품을 내놓으려면 지금부터 국제 표준 제정에 뛰어들어야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로레알코리아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는 여성생명과학진흥상을 최근 받은 서울여대 생명공학 전공 이연희(47.사진)교수는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 표준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그는 그동안 국내에 전무했던 생물 분야의 KS 규격을 처음으로 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생물 분야의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상을 받게 된 주요 공로 중 한가지이기도 하다.

그는 유산균.병균 등 각종 미생물에서 노다지를 캐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연구 논문을 쓰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를 하는 데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5년전쯤 유산균이 위장에 있는 헬리코박터균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과학자들이 잘 믿지 않는 데 놀랐습니다. 유산균은 장에서나 작용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 겁니다. 반면 사업가들은 눈이 번쩍 뜨여 달려들었습니다." 그가 개발한 헬리코박터균 억제 유산균은 내로라하는 유제품 업체에 이전, 상품화돼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 덕에 기술료도 꽤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남편인 숭실대 화학과 백경수 교수와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주 은행도 199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균이 나오는 등 항생제 내성을 지닌 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남용을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1만 종에 가까운 균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항생제 남용에 대한 폐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과학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과학인력을 십분 활용하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성 과학자들은 성실하고 꼼꼼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연구원이 모두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에 대한 학비의 국고 지원도 절실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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