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시험·성적조작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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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캐나다에서 MBA 지원자들이 영어 입학시험이나 소논문을 대리인에게 맡기거나 대학 성적.추천서를 조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대리시험은 5000~6000달러(약 500만~600만원), 대리 에세이는 1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며 "'전문 대리인'들은 대개 중국 유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대리인들은 20~50대 남녀로 연령도 다양하며, 동부지역에 주로 있다. 토플(영어 검정시험)과 GMAT(영어.수리력.논리성 평가시험)시험 대리 응시자들은 위조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GMAT 시험을 주관하는 GMAC의 데이브 윌슨 회장은 "지난 2년간 부정시험으로 성적을 무효화한 건수가 185건"이라고 밝혔다.

대리시험을 통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MBA에 합격한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 MBA를 취득한 뒤 대리시험으로 합격한 사실이 밝혀져 학위가 취소된 사람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학의 입학 사정 관계자들은 과거보다 성적 증명서나 추천서 등의 입학 사정을 강화하고 있다. 토론토대 비즈니스스쿨은 지난 1년 동안 성적조작.가짜 추천서 등 부정지원 11건이 적발됐다.

GMAT 시험을 실시하는 ETS의 시험 보안담당 국장 레이먼드 니코지어는 "부정시험 사실을 알린 경우 학교들은 범인을 퇴학시키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일부에서는 MBA 가치가 전보다 못하다고들 하지만 지원자들은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편법도 불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대리시험이 늘자 사법당국의 처벌도 강해졌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토플과 GMAT 시험을 봐준 대리인이 올해 초 처음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데 이어 지난주에도 또 다른 대리시험 피의자가 선고를 받았다. 한 대리시험 응시자는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은 뒤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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