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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내용 "극비" 미곡물상들|커미션세 계기로 벗겨본 그 「베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 쌀수출업자들의 시장쟁탈전에서 튕겨나온 불똥이 우리나라 조달청으로 떨어졌다. 6백만달러라는 엄청난 불똥이다.
미국 곡물메이저의 하나인 코널사는 작년11월에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는 퍼미사(PIRMI)를 루이지애나주 법원에 제소했다. 한국에 비싸게 쌀을 팔아 값을 높게 올림으로써 오히려 농민에게 1천2백만달리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은 「독점금지법」에 저촉되느냐의 여부를 둘러싸고 말썽이 오갔으나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었다.
작년초에 코널사는 퍼미사의 2천4백만달러 부당이익설을 퍼뜨린 적도있다. 이번 6백만달러는 3번째의 불똥이다.
코널사는 지난 79년까지 한국에 대한 쌀수출을 독점해왔다. 당시 박동선씨는 코널사를 배경으로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쌀수출을 도맡았던 대리인이었다. 고널사의 입김이 너무 세서 조달청이 수입선을 바꾸기란 매우 어려웠다.
코널사는 카길, 콘티넨틀등 5개국제곡물메이저의 세력권 밖에 있지만 군소그룹에서는 내노라하는 곡물회사이며 미국캘리포니아 쌀의 70%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의 조직은 정부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에 싸여있다.
80년 흉작으로 쌀 파동이 얼어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외국쌀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81년 1월에 일본으로부터 1백만t을 사들이려던 계획이 갑자기 취소되었다. 미국측의 압력이 너무 거세었다. 미국쌀을 사달라는 요구였다.
마지못해 조달청이 미국쌀 20만t 수입계획을 밝히자 코널사등 18개사가 달려들었다. 코널사가 제시한 판매가격은 t당 5백30달러(국제가격은 5백달러)였으며 퍼미사는 4백49달러90센트. 조달청은 가장 값이싼 퍼미사의 쌀을 수입하기로 수의계약했다. 이 쌀은 우리 입에 맞는 찰기있는 쌀은 아니었다. 퍼미사는 79년까지만해도 곡물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로 한국과의 쌀계약수출이 성공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급한김에 계약은 했으나 작년 쌀농사가 잘돼 급히 수입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상대측에서는 물량부족으로 우리측에 공급하기에 힘이 달렸던 때였다. 그래서 작년말까지 13만t만 들여오고 아직 들여오지 못한 쌀이 7만t이나 남았다. 그동안에 국제쌀값은 5백달러에서 3백50달러로, 또 최근에는 3백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1월 같은 시기에 정부는 아그로프롬사와 16만t 도입계약을 체결했었다. 이 회사가 공급한 쌀은 버마와 이탈리아산 쌀. 우리 입에 맞지않는 저질품이었다. 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해 물량위주로 계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조달청관계졔자들은 설명했다.
16만t중 10만t은 작년에 이미 들여왔으나 6만t이 남아있다.
이렇듯 한국에 대한 쌀 독점공급권(?)을 빼앗긴 코널사였지만 작년2월 우리정부와 끈질긴 교섭을 벌인끝에 별도의 쌀10만t을 팔아치우는 대단한 수단을 보였다.
조달청이 아직 들여오지 않은 쌀은 모두 13만t. 이 가운데 10만t에 대한 가격을 작년8월 국제시세인 3백50달러로 재계약, 이에대한 댓가로 퍼미사가 조달청 관계자에 6백만달러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미국 쌀경작조합측의 제소 내용이다.
미국에는 쌀경작조합(RGA)과 농부조합(FRC)등 2개의 생산자조합과 쌀도정공장협회(RMA)등이 있는데 이 3개 단체가 모두 코널사를 창구로 해서 대한수출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지켜지고 있으며 이번 제소도 한국 시장을 재탈환, 독점하기 위한 코녈사의 배후조종에 의한 모략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조달청의 주장이다.
조달청은 이미 계약된 물량가운데 올해 들여을 13만t은 최근 국제시세대로 수입선과 재계약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되는 새크라멘토 유니언지는 3월8일자 기사에서 『두개의 강력한 미국중개인의 싸움은 거대한 잉여미를 갖고있는 이시점에 캘리포니아쌀의 주시장인 한국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뇌물수수설 때문에 당혹한 한국정부는 이에 격노해 호주와 아르헨티나에서 쌀을 사기 시작했으며 만약에 우리의 행위를 깨끗이 하지않는다면 한국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한 국무성관리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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