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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합시다 제자=김은달<14>|수면과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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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모씨(56·교사·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취침시간은 하오10시부터 상오6시까지8시간. 20여 년 전 자녀들에게 바른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함께 시작한 것이 몸에 배었다.
박씨의 출근시간은 상오7시30분. 자리에서 얼어나 1시간30분 동안이면 서두르지 않고도 가벼운 운동·화장실·신문보기 등에는 충분하다. 집을 나설 때면 어제의 피로는 말끔히 가셨고 머리도 발걸음도 가뿐하다.
박씨는『아침에 허둥지둥 출근해, 오후만 되면 피로를 느끼는 동료를 보면 안타까울 정도』라면서『잠이야말로 안락을 선사하는 유일한 약』이라는 고대희랍의 극작가 「소포크레스」의 말을 강조했다.
변용욱박사(서울 정신 신경외과원장)는『건강을 원한다면 어떤 좋은 일도 수면시간과는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생물의 체내에는 생체리듬이라는 시간표가 짜져있다.
호흡·맥박·혈압은 물론 백혈구 수, 성장호르몬의 분비 등도 하루주기로 변화한다. 인간의 활동도 이러한 인체의 일주리듬에 따라 이루어진다.
석재호박사(한강 성심병원 신경정신과장)는『인간의 일주리듬은 대체로 8시간의 활동, 8시간의 휴식, 8시간의 수면으로 이루어져있다』면서『이러한 자신의 몸의 리듬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법』이라고 설명한다.
수면이란 체내에서 사고를 맡는 중추신경과 운동을 맡는 운동중추에 함께 균형 있는 피로가 올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생리학자들의 견해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게 되면 심신의 피로가 풀리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 이론의 창시자인「한스·셸리에」박사 (가 몬트리올대 교수)는『스트레스는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수면부족 그 자체가 가장 위험한 스트레스』라고 경고한다.
뇌파조사에 의하면 잠은 5단계로 나뉜다. 약90분 간격으로 이런 5단계를 4∼5회 반복한다.
1단계는 잠에 빠져드는 단계로 정상인이면 4∼5분 정도. 2단계에서는 호흡·맥박·신진대사 등이 약화된다.
5∼6분 후 3단계로 들어가며 근육이 이완되고 맥박·호흡도 늦어지며 4단계에 이르러 가장 깊은 잠에 빠진다. 이1∼4단계에서 대뇌가 휴식하며 다음날을 위한 에너지가 보충된다. 이 상태에서 잠시 1, 2단계로 다시 돌아갔다가 속성안구운동(REM수면)이 일어난다. 호흡·맥박이 빨라지며 수면 중에도 눈동자를 좌우로 급히 움직이는 것이다.
꿈도 대부분 수면시간의 20∼25%를 차지하는 이 시기에 꾸게되며 육체적 휴식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두 종류의 수면이 균형을 이뤄야 비로소 건강한 수면이 성립된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시간.
1979년 미국 암 협회에서 성인80여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장 적당한 수면은 7∼8시간.
수면부족·수면과다 모두사망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하루4시간 미만의 잠을 자는 남자는 7∼8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2·8배, 여자는 1·5배나 높았으며 10시간 이상을 자는 경우의 사망률도 남녀1·8배나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잠을 자고 깨는 시간도 수면건강에 영향을 준다. 변 박사는『조금 늦게 잤다고 해서 늦게 일어나는 식이 되어서는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석 박사도『건강을 위한 수면은 무엇보다도 규칙적이어야 한다』면서『일반적인 샐러리맨들이라면 10시30분에서 6시까지의 수면스케줄이 가장 적당하지만, 늦게 잔다해도 일어나는 시간만은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강조한다.
인체내의 자율신경계는 활동 시에는 교감신경이, 잠 잘 때는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서게된다.
그러나 늦잠을 자고 나서 부랴부랴 서둘러 출근하다보면 교감신경은 충분히 자극될 시간적 여유가 없어 활동의욕도 없고 머리도 몽롱한 상태에 있게된다.
따라서 출근 1시간30분전에는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교감신경이 자극돼 체내의 60조개에 이르는 세포가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더우기 늦잠을 자게되면 그만큼 운동이 부족해서 체내의 칼슘, 칼륨 등 뼈나 근육성분이 분해돼 소변에 섞여 나온다. 대개 초저녁잠일수록 깊고 새벽녘에는 얕아지므로『새벽잠 1∼2시간은 자지 않아도 생리적으로 별 지장이 없다』고 이시형박사(고려병원 신경정신과장)는 말했다.
이 박사는『그러나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샐러리맨들은 사고중추는 극도로 피곤해 졸리면서도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한다』면서『이는 운동부족으로 운동중추가 피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쾌적한 수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운동이 대단히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수면건강을 위해서는 실내를 17∼22도 정도로 유지하고, 자기 전 3∼4시간에는 카페인이든 코피·콜라 또는 드링크류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자기전의 술 한잔은 수면에 도움을 주나 과음은 오히려 REM수면을 없앤다.
또한 미온 욕을 한다거나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은 공복 감을 없애고, 우유에 함유된 트립토판이 진정제효과를 나타내 숙면에 좋다. 또한 잠이 안 올 경우에도 지나치게 초조해 하지 말고 불을 켜고 책을 읽는 것이 수면건강을 위해 좋은 방법이 된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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