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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로봇<20>|우려되는 비인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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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로보트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돌이킬수 없는 로보트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물론 로보트가 산업사회나 서비스사회에서 주역을 차지하기까지몇차례의 장애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애라는 것도 로봇 사회화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은 못된다.
일본 노동성이 80년 국내 2천개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로보트를 채용하고 나서 주문량이 늘었는가』라는 앙케트 조사에 36%가 30%이상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20∼30%증가가 16.5%, 10∼20%가 19.8%로 10∼30%이상 증가업체가 전체의 72.3%를 차지했다. 10%미만의 증가까지를 합치면 86.2%가 로보트를 설치한 후 재미를 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이제 인류는 로봇 사회에 대해 실업의 증가·비인간화등 부정적인 자세를 갖기보다는 로보트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1920년에 출판된 R·U·R(로즘 만능로보트)라는 소설로 되돌아 가 보자.
대서양상의 한섬에 로즘 만능 로봇 제조회사가 세워진다. 신에 도전하려는 노학자「로즘」은 인체구조를 극한으로 단순화 시킨 생물학적인조인간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
공장을 이어받은 「로즘」2세는 그곳을 방문한 대통령의 딸 「엘레나」를 설득, 이 로보트가 대량 생산되면 인간은 노동과 빈곤에서 해방되고 지상의 낙원에서 살수 있다고 믿겠끔 만든다. 결국은 대통령의 딸과 결혼을 약속 받는다.
그로부터 10년 후 로보트는 각층노동분야에 침투해 근로자들을 직장에서 몰아낸다. 일 터를 잃은 근로자들이 단합, 로보트에 대항하자 기업가들과 정부는 더욱 많은 로보트를 만들어 무장을 시킨다. 완전히 로봇 사회가 되면서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어지자 인구 증가율은0으로 떨어지고, 인류의 멸망을 우려하는 양식있는 사람들이 로봇 생산중단을 건의하지만 로보트에 재미를 붙인 계층에서는 계속 생산량을 늘려 나간다.
결국은 혼을 집어 넣은 로봇 생산에 까지 이르게되지만 혼을 가진 로보트들이 인간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자 로봇 설계도를 불태워버린다. 로보트들은 『한사람의 인간도 남기지 말고 모두 살육하자』는 전단을 뿌리면서 섬주민들을 핍박하지만 결국은 로보트도 노화돼 섬에는 다시 안정이 찾아온다.
체코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칼·차페크」의 이 소설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이 많다.
첫째 로봇 사회에서 인간이 해야할 일을 창출해 내는 것 이다. 일부에서는 로보트가 산업 혁명때의 증기기관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 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대량실업사태를 우려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둘째 비록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머리를 쓰는것이지 신체를 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땀을 잃은 노동자」들이 될 것 만은 틀림없다. 인간은 하나의 야생동물로 약육강식의 상황하에 살다가 농경사회로 변모하면서 급속한 두뇌의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농경사회는 수천∼수만년 이라는 세월이 있어 인체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불과 수십년 이라는 사이에 로보트 사회로 이행되면 여기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 늘어 날것은 분명하다.
결국은 머리만이 커지고 몸은 허약한 인간이 양산 될지도 모른다. 또 일상생활에서 남는 시간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로 문제가 된다. 스웨덴·미국등 선진 공업국에서의 자살률이 높은것은 물질과 여가의 풍요가 곧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잘 입증해준다.
세번째는 남북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부국은 더욱 부를 축적하고, 빈국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빈국들은 선진국들이 폐품화시킨 로보트나 자동 제어 장치등을 차관으로 얻어다 시설하게 되고, 이것이경제의 예속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네번째는 가정의 붕괴다. 서비스 로보트의 대량보급은 독신주의자들을 고무시키는 결과가 된다. 굳이 결혼-가정의 형성이라는 생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인구증가율은 떨어지고, 인구의 노령화는 로보트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부를 수도 있다.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문제점이 거론되고 대책이 세워져 로보트 사회의 쇼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끝>

<최정민기자>
◇과학시리즈 다음차례는「컴퓨터를 배웁시다」로 정상은씨(중앙 전산원 원장)가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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