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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 CCTV 설치 평양에 실시간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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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회담은 비밀이 많다. 회담장에서 오간 양측 대표의 말뿐이 아니다. 회담 준비나 돈 씀씀이 등을 남북 모두 밝히길 꺼린다. 회담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을 토대로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15차 장관급 회담을 짚어본다.

◆ 입찰로 정한 회담장=과거엔 수의계약으로 회담을 할 호텔을 결정했으나 탈락 호텔들의 불만으로 2년 전 입찰방식으로 바꿨다. 요건을 갖춘 호텔 중 최저가격을 제시한 곳이 선정된다. 호텔 측은 수익성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린다.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과거 남북회담과 이산상봉을 많이 치른 노하우가 있고 최근 개보수를 마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북측 단장 숙소=권호웅 북측단장은 7층 일반실에 묵는다. 하루 숙박비는 42만원이다. 나머지 북측 대표단 32명도 2인1실로 같은 층을 쓴다. 정부는 보안을 고려, 같은 층 46개 객실 모두를 예약했다. 과거엔 북측단장에게 하루 수백만원 하는 최고급 스위트룸이 제공됐지만 거품을 빼 일반실로 잡았다.

그러나 정동영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 단독접촉 장소로 쓰일 회의시설이 딸린 하루 120만원짜리 17층 토파즈 스위트룸을 잡았다.

◆ 1호 차량은 에쿠스=권 단장에게는 4500cc 에쿠스 승용차가 제공된다. 앞 차창에는 1호차를 상징하는' ①'자 마크가 있다. 과거에는 나머지 대표 4명에게도 에쿠스가 배정됐다. 또 경찰차량 등 행렬이 30대 안팎이었다. 이번에는 승용차 8대와 버스 등 모두 15대의 차량이 제공됐다.

◆ 북측대표-평양간 핫라인=남북 직통전화와 팩스를 이용한다. 비화(秘話)기능으로 도감청을 막는다. 기밀을 요하는 내용은 별도 암호전문을 보낸다. 직통전화는 북측대표단 상황실과 1층 회담장은 물론 북측 대표단이 외부행사를 하는 참관시설.식당 등에도 이동 설치된다.

회담 중에는 하루 한 차례 판문점을 통해 서울~평양 간 외교행낭 형태로 밀봉된 파우치가 오간다. 대개 당일 신문과 필요한 물품이 담긴다. 또 회담상황은 현장에 있는 TV카메라를 통해 북한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북측은 이를 보고 회담 도중 자기 측 대표에게 쪽지를 들여보내기도 한다.

◆ 회담장 집기는=회담장소가 어디건 테이블과 의자.마이크 등 집기는 물론 펜꽂이 같은 소품도 똑같다. 통일부가 남북회담사무국 창고에 보관하는 비품을 꺼내 쓰기 때문이다. TV나 복사기 등은 외부업체에서 최신형으로 빌린다. 고급 대형 원탁테이블은 새로 구입했다.

◆ 비용처리 어떻게=주최 측 부담이 원칙이다. 서울회담의 비용은 4억원 정도다. 대표단 숙식과 지원요원 300~400명에게 2만6000원짜리 호텔뷔페식을 매끼 제공하는 돈 등이다. 평양이나 금강산.개성 회담의 경우 북측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남측이 1인당 50달러(5만원) 정도의 오.만찬 비용을 대준다.

◆ 철통 같은 보안=워커힐호텔은 아차산과 절벽.한강으로 둘러싸여 당국이 선호한다. 국정원과 경찰 등이 회담장을 세 겹으로 지킨다. 행사시간도 10시20분이면 '천이십'이라고 하는 등 음어(陰語)화해 일반인이 알아듣기 어렵다. 상황실.회담장 출입은 비표나 완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배지형태의 비표 뒷면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하나라도 분실 시에는 모두 새로 교체하는 게 원칙이다.

◆ 취재는 어떻게=북측은 중앙통신과 TV 등 기자 9명이 왔다. 남측은 내신 283명과 서울주재 외신 170명이 취재를 신청했다. 북측 기자들은 이동 시 오픈카 형태의 승합차를 제공받아 서울 시내를 꼼꼼히 촬영한다. 하지만 남측 기자들의 방북취재 때 차량이동 중에는 촬영이 제한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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