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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등 복병도 만만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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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주가를 뒷받침하는 기업 실적이 2분기에도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3분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 급등과 수출 부진,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3분기 실적마저 보잘것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 암울한 2분기 실적=삼성증권은 22일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가 업종을 대표하는 거래소 115개 종목을 대상으로 추정한 2분기 순이익은 9조9490억원으로 4월8일 예상했던 10조4000억원에 비해 4.4% 낮아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4% 떨어진 수치다.

이 회사 오현석 연구위원은 "주력 수출품목의 제품가격 하락과 고유가 등에 의한 원가부담 증가, 원화 가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21일 "제조업 중심 164개 대표기업의 2분기 영업실적은 전분기보다 2.9%,지난해보다는 17.1%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기업이익 모멘텀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 3분기엔 좋아지나=증시전문가들은 3분기부터는 수출.내수 기업 모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기업 중에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 내수는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 업종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삼성증권은 주요 기업들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 이익 증가율이 3분기에는 -6.8%로 2분기에 비해 나아진 뒤 4분기에는 11.9%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증권도 IT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고 의류.유통.자동차 등 소비재와 산업재의 영업 이익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분기 전망이 빗나갔듯이 3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않다. 특히 세계적 현상인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경우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비행 또한 예사롭지 않다.

◆ 주가 향방은=현재 주가는 2분기의 부진한 실적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3분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을 업고 상승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우재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하반기 실적에 선행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기업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질 경우 주가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돈의 힘으로 주가가 밀려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에는 둔감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단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만 띄워놓고 주가가 갈 때까지 가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품은 결국 꺼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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