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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쇼핑센터까지 … 의정부 미군기지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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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3일 의정부역 인근에 조성된 베를린 장벽 앞에서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도심공원을 산책 중인 시민들 모습. [전익진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 3번국도와 맞닿은 곳. 미군기지(캠프 홀링워터) 터였던 이곳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조망이 얹힌 시멘트 블럭 담장이 을씨년스럽게 서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5000㎡ 부지에 담장과 철조망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조경수가 심어지고 산책로와 벤치가 마련됐다. 입구의 대형 조형작품도 운치를 더해준다.

 독일에서 무상으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의 담장(가로 1.5m, 세로 3.5m) 5개를 세워놓은 ‘베를린 장벽’도 볼거리다. 휴전선과 가까운 대표적인 안보 도시였던 의정부시가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공원 옆엔 도심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캠프 에세이욘 터에 들어설 을지대 캠퍼스와 부속병원 조감도. [전익진 기자]

 60여 년 간 ‘미군 도시’로 기능해온 의정부시의 도심 지역이 반환된 미군기지 터를 적극 활용하면서 쇼핑과 휴식 명소로 변신하고 있다. 전철역을 끼고 가족공원이 조성된 데 이어 주변에 신세계백화점과 제일시장 등 쇼핑 공간과 행복로 도심공원,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등 관광 명소가 자리잡으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서울 상계동에서 온 윤경혜(53·주부)씨는 “이곳이 최근까지 미군기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모한 모습이 놀랍다”며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많아 틈 나는 대로 가족들과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의정부경찰서와 흥선광장을 잇는 왕복 6차로 도로가 동서로 뚫리고 경전철 흥선역이 들어서면서 교통 요충지로 떠올랐다. 주변엔 체육공원과 주거·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로변에 조성된 도심공원에서는 올 연말 크리스마스 트리 등 각종 조형물과 함께 화려한 불빛 축제도 열린다.

 여기에 종합대학과 대학병원, 광역행정타운, 안보테마 관광단지 조성 계획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의정부 도심 주변이 180도 바뀔 전망이다. 미군기지가 옮겨가기 전의 낙후된 모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의정부시내 5개 미군기지(총 77만1800㎡)는 지난 2007년 반환됐다. 의정부시는 이처럼 반환된 미군기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40여 개의 도심 재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금오동 캠프 에세이욘 터에서는 4년제 종합대학인 을지대 캠퍼스와 대학부속병원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토지 매입이 완료된 상태다. 경기도 제2교육청사도 다음달 완공된다. 금오동 캠프 시어즈와 캠프 카일 터에서는 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덕현 의정부시 비전사업추진단장은 “13개 입주 대상 공공기관 중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과 한국석유관리원 등 10개 기관의 입주가 확정된 상태”라며 “법원과 검찰청 입주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 3곳(총 493만㎡)에 대한 활용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가능동 캠프 레드 클라우드는 미군 시설을 그대로 보존해 세계적인 안보테마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이에 대한 정책 제안을 정부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고산동·용현동에 위치한 캠프 스탠리와 캠프 잭슨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긴 상태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도심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생각에 옛 미군기지 터를 시민친화적 공간으로 꾸미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 용산기지는 별도의 법령을 통해 전액 국비를 투자해 공원을 만들면서 서울 외의 미군 공여지에는 공공 용도로 사용할 때에만 70%의 국비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 낙후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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