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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장벽 허는 한국 카톨릭|평신도 참여 늘려 선교 적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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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카톨릭이 오랫동안의 초 각을 벗고 교세확장 지향의「선교 활성화」를 다짐하고 나섰다. 주교·신부중심의 철옹성 같은 교권장벽(?)에 평신도 참여의 문호를 크게 개방한 카톨릭의 적극 선교방안은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기념준비 5개년 계획이 최종 확정됨으로써 그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준비위원회(위원장 윤공희 대주교)는 지난달 27일 로마교황 초청기념대회(84년)를 정점으로 한 기념행사계획을 마련, 평신도 중심의「하느님 백성」에 모든 행사의 역점을 두도록 했다. 5개년 계획 (80∼84년)중 앞으로 3년 동안의 최대 역점사업은 성직자와 평신도가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선교의 기틀을 다지는 각 교구내 지구별 사목회의-.
사목회의의 평신도 참여는 카톨릭의 모든 회의나 중요 결정이 주교중심으로 이루어져온 오랜 관례에 비추어 큰 관심을 모으는 변혁이다. 이 회의는 성당의 높은 문턱 (?)을 낮추어 신도들에게 보다 친근감을 주고 널리 백성의 교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이 같은 카톨릭의 탈바꿈은 선교1백주년을 맞는 개신교가 6백만 신도를 자랑하는데 비해 2백주년의 역사를 갖는 천주교의 신자는 1백50만 명으로 훨씬 뒤지고 있다는 자생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백주년기념행사의 초점은 교회의 내면적 성격 검토와 함께 능동적인 선교자세를 정립, 보다 많은 신자의 증가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금년도 기념준비행사의 지표를「본당 공동체의 해」로 정한 카톨릭은1일 역점사업인 사목회의의 첫 번째 모임을 서울혜화동성당에서 갖고 힘찬 출발의 팡파르를 울렸다. 이날 회의는 2백 여명의 성직자와 평신도가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정의채 신부 (카톨릭 신학 대 교수) 의 『2백주년 사 목회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한 발제강연에 이어 『이제 카톨릭은 보편적 교회안에 자리하면서 한국민족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계시의 빛으로 조명,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신학·전례·기타 활동분야의 토착화 가능성을 펴 탐구하고 적극 추진하자』는 주제발표 내용을 폭넓게 토의했다.『가정 성화의 해』(80년), 『이웃 전교의 해』 (81년)를 지표로 한 지난 2년 동안의 준비행사와 특히 지난해의 서울대 교구 『조선교구 설정1백50주년 기념대회』등으로 새로운 선교기반을 다진 한국천주교 2백주년 기념준비위가 앞으로 펼칠 행사는▲주교를 중심한 교구일치운동(83년) ▲교황을 모신 건국단결운동 (84년) 등이다.
카톨릭2백주년 기념행사의 특징은 개신교에서와 같은 기념관 건립 등의 외형적인 전시사업을 일체 지양하고 교회 안의 문제점들을 혁신, 내실을 기하는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카톨릭이 선교2백주년의 맥락 속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나선 교세확장의 갈망은 2백주년 기도문에 잘 나타나 있다.
『주여, 선교 2백주년을 맞아 당신의 크신 은혜에 감사 드리며 간절히 비 오나니 성령의 불길로 이 땅을 새롭게 하소서. 선열들을 본받아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깊이 살게 하시며 믿음과 사랑 속에 하나되게 하소서. 』 복음을 줄기차게 전하여 구원의 은총이 샘솟고 구원의 빛이 북녘어둠에도 비추게 하소서 이 기도문은 오늘의 한국카톨릭이 절실히 희구하는 「열망」을 대변하고 있다.
카톨릭이「성령의 불길」을 외치면서 개신교의 대규모 부흥회나 전도대회와 같은 성격이 없지도 않은「대회」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은 2백년 선교 전통에 새롭게 나타난 탈바꿈으로 크게 주목된다. 대표적인 선교대회는 지난해의 조선 교구설정 1백50주년기념대회와 84년의 한국천주교 2백주년 전국기념대회.
카톨릭은 종교간의 대화와 일치운동에도 큰 관심을 두고 84년 교황의 한국방문 스케줄에 법정스님(송광사)같은 불교승려와의 대화도 마련할 것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는 친교·봉사·복음증거의 공동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기본정신에 따라『교회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시하고 이루어주는 표지요 도구』임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카톨릭이 선교2백주년의 시점에서 제시하는 미래상이다.
절대적인 교구중심의 독립체제로 운영되는 카톨릭이 처음으로 전국규모의 대대적인 기념대회 등을 계획한 선교2백 주년 기념행사는 교회의 선교·교권 등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여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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