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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구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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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양속담은「가장 믿을만한 벗」으로 세가지를 꼽고있다.
첫째는 늙은 아내, 둘째는 저축, 세째는 늙은 개.
서양식으로 말하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의 경우 「믿을만한 친구」를 적어도 하나씩은 갖고 있는 셈이다. 「늙은 아내」만은 못하지만 「늙은 개」보다는 훨씬 값진「저축」이라는 벗이다.
최근 한국은행집계에 따르면 은행의 저축성 예금구좌가 무려 1천8백10만이나 되었다. 이것은 20세이상 64세까지의 성인 인구수(1천9백만명)와 비슷하다. 물론 두셋의 구좌를 한사람이 갖고 있는 경우도 없진않겠지만 우리국민들이 갖고있는 예금통장의 수가 그정도인 것은 놀랍기도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총인구수와 비교해보아도 절반이 넘는 수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축성향은 구좌수에 비해서 그 규모나 질에 있어서는 아직 세계에 뽑낼 형편은 못된다. 우리경제의 총투자에 비해 국내저축비중은 70%에 머문다. 일본(97%)서독(103%)은 물론, 우리와 경제규모가 엇비슷한 대만(92%)에도 못미친다.
GNP(국민총생산) 대북에서도 같다. 우리의 국민저축률은 80년 기준으로 21.6%에 지나지 않는다. 대만의 33.4%에 비하면 부끄럽다. 물론 대만은 줄곧 인플레없는 안정기조를 유지해온데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역시 경제안정국인 일본 31% 서독 25%, 프랑스가 23%(77년)등으로 높다.
인플레와 불황과 사회불안에 시달리는 이탈리아가 우리와 같다. 미국은 우리보다 못한 18.5%, 그러나 개인 소득의 규모가 다른 미국과 한국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의 1인당 소득은 1만달러가 넘는다. 그중 18.5%면 미국인 한사람 평균 년1천8백달러 이상씩 저축하는 셈이다. 이제 겨우 1천5백달러의 소득을 갖는 우리는 21%를 저축해도 년평균 3백24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국민저축 구조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 사람은 아직 「믿을만한 벗」을 더 사귀어야할 형편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저축은 개인 28.7, 법인 44.5, 정부 26.9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는 79-12-9로 개인의 기여도가 여간 높지않다.
서독은 일본보다도 더 극성맞다. 80-10-10의 비율이다. 이탈리아같은 나라는 개인들의 노력에 의해 그나라 경제가 지탱되고 있는 느낌이다. 163-마이너스 26-마이너스38의 구조이다.
우리나라의 저축성 예금 가입자중 1천만원이상 고액예금자는 40만명에불과하지만 금액면에선 저축성예금의 49.6%인 1조2백억원을 저축했다. 1억원이상의 예금이 돈 구좌도 3만여 반대로 1백만원이하의 소액예금자는 전체예금자의 75%인 1천3백만명에 이르나, 그 금액은 2천45억원(전체의 10%)일 뿐이다.
국민 한사람의 평균예금(저축성)은 5만4천원쯤 된다. 근면과 성실의 대가도 되지만, 근검절약의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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