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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에 빠진 공산국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마르크스주의자가 약속한 노동자들의 파라다이스는 15억 공산국가 주민들에게는 영원한 궁핍·경제적침체·불평불만의 누적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폴란드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재앙은 곧 꿈에서 깨어난 노동자계층의 봉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한걸음 더나아가 이는 곧 소련을 비릇한 공산권경제의 위기를 대변해주는 드러매틱한 징조이기도 하다.
공산권의 종주격인 소련경제의 경우 50, 60년대는 제법 인상적인 성장을 지속했었으나 그이후 지금까지 수령을 헤매고 있다.
그들의 생산성은 서방근로자들의 절반수준밖에 안되며 8백억달러의 외자를 끌어다 쓰면서도 경제는 여전히 절름발이를 면치못하고있다.
아무리 많은 돈과 기술을 수입해간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자유시장체제를 부인하는한 제기능을 발휘하지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공산국가들의 불황은 서방국가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것이라고 설명한다.
서방국가들의 불황은 일종의 순환적인 과정인반면 공산권의 불황은 경제구조자체가 잘못된 것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련경제발전을 가로막고있는 첫번째 장애물은 국가계획위원회(Gosplan)를 중심으로한 숨통터지도록 답답하기 짝이 없는 철저한 계획·봉쇄경제체제다. 공장장의 주된 관심은 좋은 물건을 여하히 많이 만들어내는가가 아니라 계획당국으로부터 될수록 달성목표를 낮게 책정받아 이를 쉽게 달성하고 상이나 타보자는 식이다.
인위적인 가격조작속에서 경영자나 근로자나 애써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자극이 있을리 없다. 그대신 적당히 지내면 해고시키는 일은 별로 없다.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대산맥임을 자부하면서도 국민생활수준은 선진공업국가들중에서 맨골찌다. 생필품을 사기위해서 상점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고 암시장과 뇌물수수가 상식으로 통한다.
특히 농업정책의 실패는 근본적인 궁핍의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3%의 인구가 지은 농사로 전국민을 먹이고도 남아 돌지만 인구 25%가 농업종사자인 소련은 아직도 자급의문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은 제쳐놓고서라도 국민생활 향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군사위주의 자원배분도 또하나의 문제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GNP의 6% 수준인데 반해 소련은 12∼14%에 달한다. 돈만 많이 쓰는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자, 최고의 과학자들을 우선적으로 군사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이러고서도 소련경제는 거느리고 있는 추종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71년의 20억달러에서 80년에는 2백40억달러 수준으로 불려왔다.
최근의 폴란드비극은 동구공산국가들의 고민을 웅변적으로 대변해주는 케이스다. 이들은 6백억달러의 우방외채를 짊어지고서도 전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교적 괜찮다는 동독이나 헝가리도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는것을 비롯해석 76년에는 평균5·7%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를이 80년에는 1·2%로 급속히 둔화됐다.
체코의 한 경제학자는『30년동안의 체험을 통해 사회주의체제아래서는 생산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할수 없음이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명백해졌다』고까지 말한다.
최근 물가동향을 봐도 루마니아의 경우 2월들어 고기값을 64% 올린 것을 비롯해 주요 식품류와 담배값을 일제히 35%씩 인상했고 체코는 고기값을 1백37%, 폴란드는 식료품값을 2백∼4백%나 올렸었다.
동구의 경제가 이처럼 악화된데에는 폴란드사태의 파급효과가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있는것도 사실이다. 폴란드에 의지해오던 식료품이나 석탄공급등이 일제히 끊기는 바람에 생필품의 품귀현상이 더욱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폴란드에 혼이 난 서방은행이 나머지 동구공산국가들에 대해 신규 융자억제는 물론 서둘러 회수작전에 나서고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US뉴스&월드리포트지·3윌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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