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희상 “당, 아직도 백척간두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2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의원 세비 동결 같은 작은 혁신에서부터 개헌과 같은 거대 과제까지 치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정식 사무총장, 문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정홍원 총리는 총리를 연임하신 총리 전문가, 나는 비대위원장을 두 번 하는 비대위 전문가다.”

 지난 13일 인사차 방문한 정 총리에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얘기다. ‘비대위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문 위원장의 비상체제가 22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문 위원장이 일단 당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고 평가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평가 속에 그는 지난달 비대위 출범 때 “산돼지처럼, 포청천처럼 뛰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한 달간 그의 얼굴은 두 개였다. 포청천처럼 “개작두로 칠 것”이라는 말까지 해가며 당의 기강을 잡았다.

박영선 전임 위원장 시절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을 두 차례나 뒤집은 당내 강경파를 “언제까지 반대만 할 거냐”고 다그쳐 진압한 뒤 세월호특별법 합의와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지역위원장을 선정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처럼 예민한 사안은 하루 전에 비대위를 비공개리에 열고 계파 수장들과 미리 조율했다. 계파 수장들이 다음 날 비대위에서 딴 소리를 못하게 만든 ‘조조의 꾀’다.

 그동안 여야가 제각기 진행돼 온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12년 만에 하루에 몰아서 하게 된 것도 문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세종시에서 국회로 많은 정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가 가야 할 험한 길은 지금부터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이해가 첨예할 수밖에 없는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이 본격화된다.

 당 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충돌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 친노 세력은 모바일 투표 도입, 온라인 당원 모집 등에 찬성한다. 반면에 비노 진영은 이를 당권 재장악을 위한 시도라고 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위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당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중압감은 아직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60년 전통의 새정치 연합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도록 묵묵히 가겠다. ‘혁신이 충만한 재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문답.

 - 향후 비대위의 과제는.

 “당 재건의 요체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공정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거다. 조강특위가 권한을 갖고 (지역위원장을) 결정하면 비대위는 토씨 하나 안 고칠 거다.”

 - 여권이 개헌 문제로 논란을 벌인다.

 “청와대가 여당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나 있던 일이다. 개헌 문제는 국회의원 230여 명이 여론조사에서 찬성하는 국민적 흐름, 대세다.”

 - 당 정비 계획은.

 “11월부터 온라인, 오프라인을 포함한 당원 배가 운동을 전개한다. 이미 레일은 깔렸고, 기차는 달린다. 눈사람을 만들 땐 연탄재로 (핵심부를) 단단하게 먼저 만든 다음 굴려야 크게 된다. 그게 내가 만든 눈사람 이론이다. 그 (핵심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다. 진성 당원을 (먼저) 조직하는 건 정당의 기본 책무다.”

 - 온라인 당원은 어떻게 모으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할 거다. 외연 확장에 그만 한 방법이 없다. 거기에 이의를 달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안철수 의원이 비대위에 안 들어오는데.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가 오실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문은 열려 있다.”

글=서승욱·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