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강제동원 흔적 지우기 위해 고노 기자회견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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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강제 동원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발언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최근 외무성 홈페이지 아시아여성기금 호소문 중 “10대 소녀까지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고”란 문구를 삭제한 데 이은 조치다. 고노 전 장관은 1993년 8월 4일 강제 동원 사실을 최초로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를 발표한 뒤 회견에서도 강제 연행 사실을 인정했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1일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고노 전 장관이 담화 발표 당일 강제 연행 유무에 대한 기자 질문을 받고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며 “강제 연행을 나타내는 자료가 없는 가운데 (인정한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아사히신문이 “제주도에서 젊은 조선인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증언 관련 기사를 취소한 데 대해 "마치 강제 연행이 있었던 것 같은 사실에 반하는 인식이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퍼졌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명예와 신뢰 회복을 위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해외 홍보를 철저히 펼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스가 장관은 고노담화에 대해선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담화는 강제 연행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인식 아래 한국 정부와의 조정을 통해 작성했다”며 “강제 연행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고노 전 장관이 당시 회견 중 “강제에는 물리적 강제도 있고 정신적 강제도 있다.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간 사례가 많다"고 답변해 한반도 등에서 위안부가 강제적으로 모아진 예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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