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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수요' 돈줄 죄고 세금 올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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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참여정부의 새 부동산 정책은 ▶투기적 수요 억제▶꾸준한 공급 확대▶부동산거래 투명화 등 세 가지 틀에서 마련될 전망이다. 이런 방향에서 기존 부동산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에서도 투기적 수요 억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투기 수요를 막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을 늘려봤자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판교발 역풍으로 발생한 강남과 경기 남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상당 부분 투기세력에 의한 호가 중심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투기심리 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기 수요를 먼저 잡아놓고 매년 50만 가구씩 집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목표 아래 8월 말까지 새 부동산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기 국회가 열리기 전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필요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세제, 금융상 투기수요 억제=투기 수요 억제의 초점은 1가구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및 금융규제에 맞춰져 있다.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세율과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해 가수요의 싹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덕수 부총리는 15일 국회 답변에서 "무주택자들에겐 장기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1가구 2주택 이상인 사람에게는 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거래세(취득.등록세)와 양도소득세의 인하를 추진하면서 세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주택자가 처음 집을 장만할 때는 낮은 거래세 세율(현재 개인끼리 거래는 4%)을 적용하고,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집을 살 때는 높은 거래세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양도세를 내리면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하지 않았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아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유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시가 기준으로 주택 9억원, 나대지 6억원, 사업용 토지 4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매겨지는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 공급확대는 계속=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1.2%다. 앞으로 매년 50만 가구씩 주택을 공급해 주택보급률이 110% 선에 이르는 2010년께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소득상승에 따라 선호도가 커지는 중대형 이상 주택의 공급을 어느 정도 하느냐가 문제다.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강북 뉴타운 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는 규제를 풀 경우 또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릴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지금은 공급의 양보다 질이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적 불안요인이 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차원에서 재건축 규제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주택거래신고지역 등에서 신고된 실거래가 등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호가가 아닌 실제 거래된 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일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나 아파트 부녀회 등이 왜곡하는 가격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 시장 반응=정부의 근본적 재검토 발표에 대해 시장은 당분간 안정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파구 C공인 관계자는 "세제 강화 등 이제까지 나온 대책과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으로 보여 웬만해선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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